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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Mar 16. 2021

[책을 읽고] 바이러스 쇼크 / 최강석

바이러스는 아주 단순한 개체다. 그래서 변이가 쉽다. 그렇다 해도, 진화 적응을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이라는 새로운 숙주에 적응하려면 수많은 시도와 좌절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들의 진화 적응에 드는 시간이 우리 인간의 척도에서는 찰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최근 10여 년에 걸쳐 인간을 괴롭혀 온 코로나 바이러스도, 더 오랜 기간 농장주들을 괴롭혀 온 조류독감 바이러스도, 원래의 숙주는 인간이 아니다. 박쥐나 철새 따위의 생명체에 잘 적응하여 살던 이 바이러스들은, 박쥐와 철새들의 서식지가 침범당함에 따라 다른 환경에 '강제로' 노출되었다.


바이러스를 생명체로 볼 수 있든 없든, 이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생존 기계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얻은 성공으로, 그들은 돼지나 닭이라는 새로운 숙주에 안착했다. 아직 진화 적응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숙주들이 죽어나간다. 그들이 우리의 가축으로부터 우리에게 옮겨올 때 역시, 그들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숙주와 함께 오래 공생할 수 있을지, 결국은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해답을 얻기 전까지, 그들의 시행착오는 많은 수의 숙주를, 즉 인간을 죽일 것이다.


이 책은 2016년에 초판이 나왔다. 저자는 메르스 대처 경험을 계기로 이 책을 썼다. 메르스라는 큰 교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재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2016년에 정책 결정자들이 이 책을 읽고 뭔가 했다면, 지금의 싸움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태계(환경) 보건, 동물(가축) 보건, 공중보건 등 세 가지 보건섹터 전문가 그룹들이 머리를 맞대고 시너지 가치를 상승시키는 하나의 보건체계 'One health' 개념으로 접근해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나은 개선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444쪽)


*****


이하, 버리기 아까운 메모 몇 줄.


박테리오파지는 내성 세균(super bug)에 대항할 인류의 미래 무기로 각광받고 있다. (121)


동남아시아 시골 마을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장면. 마당 귀퉁이 돼지 우리 축사에 오리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러한 접촉은 신종 인플루엔자의 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316쪽)


전염력이 가장 강한 바이러스는 무엇일까? 홍역은 평균 기본재생지수가 무려 12 내지 18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절 독감은 2.1 정도다.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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