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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n 30. 2022

알츠하이머병 아내를 10년 넘게
간호한 의사

[책을 읽고] 아서 클라인먼, <케어>



처음 드는 생각은 당연히 이것이다.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자다가 깬 저자는 아내가 자신을 때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당신은 누군데 내 침대에 누워 있느냐고, 나가라는 것이다. 내가 당신 남편이라고 말하지만, 아내는 믿지 않는다.


그렇게 똑똑하던 아내가 아직 젊은 50대의 나이에 결국 대변까지 지리게 되면서, 저자는 절망한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적인 것에 비하면 이런 문제가 오히려 속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자는 이 단계에서 가장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예전의 아내와 너무 대비되는 현실에 좌절한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코믹하게 그린 어이없는 영화도 많다. 알츠하이머병을 가장 훌륭하게 그려낸 영화 중 하나인 <내일의 기억>조차도 아주 심한 미화가 덧씌워져 있다. 이 영화에서 치매에 걸린 남편은 대변을 지리기는커녕 혼자 하루를 잘 보낸다. 아내를 비난하거나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도 아주 드물다. 실제 치매 환자는 가족에게 절도의 누명을 뒤집어 씌우며, 폭력성을 보이는 것은 매우 흔하다. 비교적 가벼운 가족 영화 <소중한 사람>만 봐도 치매 환자의 폭력성이 가족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것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저자가 답을 제시한다.


나는 내가 맡아야 할 치매 환자가 내 인생과 내 세계의 중심인 사람이 아니었다면 치매라는 병이 요구하는 끝도 없는 의무들을 절대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61쪽)


그렇다. 나는 할 수 있다.



***** 이하, 밑줄과 메모 *****


- 아내를 돌보던 몇 년 동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규칙적으로 운동했고, 더 오래 깊이 잤고, 진정한 자아 성찰의 순간들을 맞이했다. (94쪽)


- 환자 가족은 숨겨진 감정을 눌러오다가 모두 소용없다는 걸 알고 죽음을 앞둔 환자의 삶의 질을 낮출 수 있는 의료적 개입을 고집하기도 한다. (113쪽)


- 너무 늦기 전에, 요양원 입소, 호스피스 같은 중대한 결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114)


- 나의 경우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과거의 나는 사라지고 조앤이 나를 위해 마련한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괴롭고도 보람 있는 그 일에서 나는 내 영혼을 찾았다. (214)


- (돌봄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결국 우리에 관한 일이다. 누군가를 돌보고 살피면서 자신 또한 돌봄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우리는 다른 이에게 헌신하면서 인간의 원초적인 성질이라 할 수 있는 실존적 불안마저도 부정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덜 위협받으며 인생은 더 살 만해진다. (427쪽)



*****


꿀팁 하나. 시간을 아끼려면 5장까지만 읽어도 좋다. 나머지는 거의 자서전과 수다다. 좋은 글쟁이였다면 과감하게 삭제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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