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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04. 2022

건강 챙기려다 독 먹기

비타민 B 복합제제 먹다가 시아노코발라민 먹는다

비타민 B12


비타민 B12는 필수 비타민이다. 무려 DNA 합성에 필요하다. 코발트라는 중금속이 들어 있는 아주 특이한 비타민이기도 하다. 비타민 B군이라 수용성이고, 따라서 안전하다고 여겨진다. 영양제로 시판되는 비타민 B 복합제제는 RDA(최소요구량)의 10배에서 100배쯤 되는 비타민 B군을 포함하는 게 보통인데, 수용성이니까, 쓰고 남은 것은 배출되니까 마음 놓고 메가도스해도 된고 생각해서다.


10년 넘게 비타민 C 메가도스를 하는 내가 비타민 B 메가도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다. 나는 비타민 B군 전체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비타민 B12에 관한 이야기다. (과다복용이 위험할 수 있는 비타민 B군, 즉 B3(나이아신), B6(피리독신), B9(엽산)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으면 나중에 얘기하겠다.)


비타민 B12는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데, 자연에는 주로 메틸코발라민 형태로 존재하나, 영양제에 포함된 것은 대개 시아노코발라민이다. 생산단가가 매우 싸기 때문이다. (메틸코발라민의 약 100분의 1 정도 된다고 한다.) 시아노코발라민은 흡수율이 매우 낮다고 한다. 또한 비타민 B12는 몸에서 대단히 세심하게 재고 관리를 하는 물질이라, 결핍증이 올 것 같으면 소장이 최대한 재흡수에 힘을 기울인다.



이름부터 수상하다


시아노코발라민. 이름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맞다. 시아노... 그러니까 시안화물이다. 시안화물로 유명한 것은 역시 청산가리다. 청산(CN-)과 가리(K+, 칼륨)의 화합물이라서 일본식으로 청산가리이고, 정식 명칭은 시안화포타슘이다.


시안화포타슘이 물에 녹으면 K+와 CN-로 분리된다. CN-, 즉 청산은 미토콘드리아를 마비시켜 생명체를 죽일 수 있다.


시아노코발라민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은 코발라민(비타민 B12)이다. 간단한 뺄셈 아닌가. 시아노코발라민에서 코발라민을 뺴면 뭐가 남느냐는 말이다. '시아노'가 남는다. 시안화물이다.


시아노코발라민의 화학식은 C63H88CoN14O14P다 (숫자는 전부 아래첨자). 우리 몸이 비타민 B12를 저장하는 형태는 메틸코발라민 또는 아데노실코발라민 형태다. 시아노코발라민은 4단계의 화학 반응을 거쳐야 저 두 가지 중 하나로 전환된다. 그 첫 단계가 시아노코발라민이 히드록소코발라민과 시안화물로 분해되는 단계다.



본격, 시아노코발라민 치사량 계산


시아노코발라민을 먹고 죽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청산가리의 치사량(LD50)은 평균으로 해서 200~300mg, 중간값으로 해서 140mg라고 한다. 청산가리 140mg면 시안화물로 56mg이다. 시안화물의 질량은 시아노코발라민 질량의 극히 일부이므로, 56mg의 시안화물을 먹으려면 시아노코발라민을 꽤 먹어야 할 것이다... 라고 쓰고 말려다가 그냥 계산해 봤다. 어차피 분자량 비례식이니 그냥 무식한 계산이다.


계산해보니 대략 2,920mg 정도 먹어야 한다. 거의 3g의 시아노코발라민.


그러나 다행히도 시아노코발라민은 흡수율이 대단히 낮은 물질이다. 게다가 분해속도가 느린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분해율도 낮고, 분해 속도고 느린 것이 비타민 B 메가도스의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또다시 컨설턴트식 막 계산을 해보자. 시아노코발라민의 흡수율이 1%라 가정하면, 치사량의 시안화물 흡수를 위해서는 시아노코발라민을 위에서 계산한 분량의 100배를 먹어야 한다. 무려 300그램이다.


시아노코발라민을 먹고 죽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시아노코발라민 300그램을 먹으려면 1000mcg, 즉 1mg이 들어간 알약 30만 개를 먹어야 한다. 시안화물에 죽기 전에 배가 터져 죽을 것이다. (알약 하나가 0.5그램만 돼도 무려 150kg이다!)


150kg 역시 세트


그러나 죽지 않는다고 다가 아니다. 분명한 독성 물질인 시안화물은 몸에 부담이 된다. 간과 신장을 비롯한 독성 배출 시스템이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비타민 B12를 굳이 시아노코발라민으로 먹어서 몸에 부담을 줄 필요가 있을까? 무협지에 나오는 검마도 아니고, 독극물을 챙겨먹을 이유가 있을까 의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양제로 널리 판매되고 있는 시아노코발라민이 미국환경부(EPA)가 관리하는 독성 물질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출처 (광고는 가볍게 무시해주고 팩트만 챙기자):

https://dodychiro.com/why-do-vitamin-b12-supplements-contain-cyanide/



돈이 목숨보다 중하다더니


시아노코발라민의 독성에 대해 구글 검색을 아무리 때려봐도, 과다 섭취 부작용 얘기밖에 안 나온다. 왜 그럴까? 나는 메틸코발라민을 먹고 있기는 하지만, 메틸코발라민 제품을 검색하는 일은 꽤 품이 드는 일이다. 그냥 비타민 B12를 구입하면 십중팔구 시아노코발라민을 먹게 된다.


비타민 B12 또는 아연 같이 그냥 영양 성분만 적어 놓은 영양제는 뭔가 숨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그게 어떤 화합물 형태로 들어있는지도 중요한 경우가 많다. 시아노코발라민인지 메틸코발라민인지, 글루콘산 아연인지 산화 아연인지 적어 놓은 제품이 양심적인 것이다.


시아노코발라민의 독성에 관한 연구가 거의 없고, 검색 결과도 별로 없는 이유는 시아노코발라민 산업 때문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메틸코발라민을 적극적으로 밀고자 하는 제약회사가 시아노코발라민의 독성에 관한 연구를 발주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토피 대책으로 메틸코발라민을 콕 찍어서 구입해 챙겨먹는다. 그런데 함께 먹고 있는 비타민 B 복합제제를 가만히 살펴보니 거기에도 당연히 비타민 B12가 들어 있었다. 문제는 어떤 화합물 형태인지 써 있지 않다는 것이다. 100배 비싼 메틸코발라민을 넣고 성분표에 안 적었을 리는 없다. 결과적으로, 나는 신경 써서 시아노코발라민을 피하려고 했지만 복합제제 덕분에 시아노코발라민을 (소량이지만) 먹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힘들다더니. 간아, 신장아, 그동안 시안화물 걸러내느라 수고했고, 미안하다.



p.s. 지금 읽는 책, <글록>에 나오는 내용. 글록은 총을 처음 만들어본 사람이 만들어서 걸작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편견 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의 공부가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자료 소스: 위키피디어와 구글 검색. 


아래 글과 같이, 시아노코발라민이 시안화물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글의 경우라도, 극히 소량이라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https://www.consumerlab.com/answers/is-the-cyanocobalamin-form-of-b-12-dangerous/cyanocobalamin-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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