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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10. 2022

소설을 써라

[책을 읽고] 페르디난트 쉬라크,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소설을 써라."


저자의 다른 책,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는가>를 읽고 남긴 내 한줄평이다. 사건을 소개하면서 법의 일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조인데, 사건을 보고서 형식으로 기술하지 않고 소설 형식으로 하고 있다. 예컨대 살인자가 그날 아침에 어떤 기분이었고, 칼로 피해자를 찌를 때 무슨 느낌이었는지를 묘사한다. 물론 변호사가 그걸 알 리가 없으니 그냥 창작이다. 그야말로 소설을 쓴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편향적 시각이다. 독일에 이민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이민자가 많으니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도 많을 것이다. 이민자의 범죄율이 평균을 웃도는지는 조사가 필요하니 잠시 접어두자. 그러나 일단 가정은 필요하다. 왜냐면 이 책을 보면 독일에서 강력 범죄는 죄다 이민자들이 저지르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슈테파니라는 여대생을 살해한 사람 이름이 정말로 아바스일리는 없다. 가명 처리를 했을 테니까. 그렇다면 가명을 꼭 아바스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 아돌프이나 에르빈이면 안 될 이유가 있냐는 말이다. 이 사건에서는 아바스가 이민자라는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고 치더라도, 그런 배경 설명이 필요없는 사건의 경우에까지 저자는 인종이 드러나는 이름을 쓴다. 사실 이 사건(<서머타임>)의 경우도 아바스가 이민자라는 배경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가난한 연인들이 돈이 필요했다고 말하면 되는 것 아닌가.


당시 나는 평점 2점을 매겼다. 쉬라크라는 사람은 왠지 카이저 수염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 혹부리 영감 같은 인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가 리디셀렉트에 올라온 것을 보고 난 곧바로 저자를 기억해냈다.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책의 개요를 보니 그 사람이 확실했다. 양가감정에 휩싸였다. 편협한 인종주의자이고, 가당치 않게 소설가인 척하는 혹부리 영감이지만, 이야기의 강렬함은 분명한 강점이었다. 읽고 말았다.


"소설을 써라."


똑같은 말을 내뱉게 만든다. 그러나 어조는 조금 다르다. 이 정도로 훌륭한 소재와 필력이라면, 직업은 변호사라도 그냥 소설을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으니 정말 훌륭하다.


*** 추천 에피소드: <페너>, <가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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