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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Sep 03. 2022

불안감은 완치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 헬렌 오데스키, <굿바이 불안장애>

저자는 공황과 불안을 이기는 전략으로 UNLOCK을 제시한다. 약어는 참 잘 만들었으나, 이런 약어들이 늘 그렇듯이 좀 억지가 개입되어 있다. 핵심은 공황, 불안의 증상을 이해하고(Understand) 공황과 불안이 머릿속에 지껄이는 거짓말을 부인하고(Negate), 공황과 불안에 잘 대처하기 위한 여러 가지 연습을 하는(Leverage, Openness, Compassion, Kindle) 것이다.


이 책도 상당히 많은 실전 연습을 제안한다. 부정적 생각의 고리를 멈추고, 감사 일기를 쓰고, 봉사 활동을 하고,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탓할 시간에 세상이 나에게 준 선물 목록을 적어보는 것 등, 대개 다른 책에도 많이 나오는 것들이다. 다만, 불안에 대한 통찰은 특기할 만하다. 즉, 불안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다. 불안이 없으면 삶이 따분하고 의미 없어진다. 불안을 피하려고만 하면 불안에 취약해진다.


공황과 불안을 이기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조금씩 위험에 노출해야 한다. 공황발작과 비슷한 상태를 경험하기 위해 심장 박동이 빨라질 때까지 운동을 한다든가, 스스로 놀림감이 될 만한 작은 행동을 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 화장실에 가서 깨끗한 휴지 한 줄을 당신의 바지 뒤편에 걸려 늘어지게 만든다.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10분간 산책한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다가와 휴지 이야기를 해주면 고맙다고 말하고 다른 곳으로 간다. (159쪽)


이런 연습을 할 간 큰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공황이나 불안의 거짓말을 거부하는 것이다. 우리는 늘 자기 비판을 하고, 멋대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 생각을 단정하고, 머피의 법칙이 내 삶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그런 생각들을 멈추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만 해도 기분이 나아진다.


- 나는 지금 부엌에 있는 나무식탁 앞이야. 식탁은 둥글고 나는 쿠션의자에 앉아 있지. 내 앞에는 잼 바른 빵이 담긴 그릇과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어. (77쪽)



나에게 나쁜 일만 일어난다는, 세상은 내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면, 세상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죽 적어보자. 목록이 엄청 길 것이다.


막연한 생각으로 걱정을 쌓는 대신,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해서 문제 해결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약물에 대한 설명도 있다. 약물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고, 단지 현재의 증상을 완화시켜줄 뿐이라는 솔직한 말이 고맙다. 단기 약물은 벤조디아제핀과 베타차단제로 나뉘는데, 위기 상황이 아닌 이상 단기 약물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벤조디아제핀은 GABA를 강화하는데, 내성 및 중독의 위험이 있다. (지속 약물의 대표주자인 SSRI는 내성 및 중독의 위험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책의 끝 부분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불안에 대한 대책으로 습관을 만들 것을 주문한다.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언제나 같은 시간에 기상하고, 심호흡과 근이완법을 연습해본다. 내게 아주 딱 맞는 처방도 하나 발견했다.


- 멈춤을 반기는 연습. 긴 줄에서 기다리기, 교통 체증, 비행기 연착 등 상황으로 초조함이 밀려올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바쁜 생활 속에서 반가운 멈춤 신호네." 천천히 복식호흡을 하고, 이 멈춤을 즐긴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거나 그냥 쉰다. (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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