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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Sep 02. 2022

링거액에 알루미늄 섞기

[책을 읽고] 조한경, <환자 혁명> (3)

임상 시험 조작질


임상 시험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말은 들어봤을 것이다. 간단히 한 가지만 말하자면, 유의 수준 5%로 하는 통상적인 임상 시험이라면 그냥 20번(=1/5%)만 반복하면 대체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원하는 결과만 발표하고, 시험은 그것 한 번뿐이었다고 말해야 한다.


임상 시험은 약효를 검증하는 시험도 있지만, 부작용을 검증하는 시험도 있다. 당연히 이것도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가장 경악스런 방법은 위약에 독소를 섞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위약은 생리식염수를 사용한다. 그러나 신약에 알루미늄이 포함되어 있어 알루미늄에 의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위약인 생리식염수에도 알루미늄을 섞어 버리면 만사 OK다. 위약 대비 부작용이 심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올 테니 말이다.


세상에 설마 그런 일이 있겠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유명한 백신 중에 위약에 알루미늄을 섞은 것이 있다. 국가에서 세금으로 접종하고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이 바로 그거다.




건전한 토론 문화를 희망한다


이 책을 집어들기 전에 잠깐 고민했다. 만점 리뷰와 1점 리뷰가 공존하는, 논란을 일으키는 책의 전형적인 평점 패턴이었다. 1점 테러는 아마도 백신 관련된 마지막 챕터의 지분이 제일 클 것 같다. 논란이 되었던 '안아키'의 백신 안 맞기 움직임을 옹호하는 내용을 포함해서, '공공질서'에 저항하는 듯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다. 


보통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진 인간유두종 바이러스 백신(HPV)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선진국에서 무료 접종이다. 그런데 인간유두종이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하는 확률도 크지 않고, 자궁경부암 자체도 흔하게 발병하는 암이 아니다. 반면, HPV를 맞고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들은 매우 많으며, 상당수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앞서 말했지만, 이 백신의 독성 시험에 쓰인 위약에는 독이 섞여 있었다.


미국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홍역도 살펴보자. 홍역은 그렇게 위험한 병이 아니며, '디즈니랜드 발 홍역 집단 감염' 사태도 언론에서 과장한 부분이 크다. Disneyland mumps outbreak로 검색해 보라. 도합 300 명 정도가 감염되었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 MMR을 맞는다고 홍역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같은 사실을 상당히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엄정한 중립적 논조의 그림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필 콜린즈의 노래처럼, '양쪽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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