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말 Sep 05. 2022

둔필승총 220905

론 마라스코, <슬픔의 위안>


슬픔에 닥쳐 처하게 될 문제들, 슬픔을 더는 방법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을 끄적인 에세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비슷한 상황, 비슷한 감정에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동병상련의 위안을 얻는다.


슬픔을 더는 방법으로 '냉소'가 소개된 것이 조금 놀랍다. 하긴, 냉소가 나온다면 그냥 냉소를 배출하면 된다. 슬픔에 빠진 상황에 뭘 조심씩이나.


이 책은 기본적으로 슬픔을 곱씹으라고 조언하는데, 이 책에 이어 읽게 된 <스톱 씽킹>에서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스톱 씽킹>은 법륜 스님 가르침과 같은 내용이다. 즉, 생각을 멈추고 현재에 살라.


- 슬픔은 자신에 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 슬픔은 떠나간 아이의 빈 방을 채우고, / 아이의 침대에 눕고, 나와 함께 서성거리고, / 아이의 귀여운 표정을 짓고, / 아이가 하던 말을 흉내 내어 말하고, / 아이의 사랑스럽던 몸 구석구석을 떠올려주고, / 아이의 형상이 되어 주인 잃은 아이의 옷을 걸치네. (셰익스피어, <존 왕>에서 어린 아들을 잃은 콘스탄스의 비탄) - <존 왕> 같은 건 전공자도 잘 안 읽을 텐데, 역시 셰익스피어는 위대하다.


- 오랫동안 슬픔에 젖어 지내는 사람은 큰 고통을 느낀다기보다는 큰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 "고통을 '못' 느낀다기보다는"이라고 되어 있는데, 오타인 듯. 오타가 아니라면 밑줄 칠 가치가 없는 내용이다.


- 슬픔을 토로하라. 그러지 않으면 / 슬픔에 겨운 가슴은 미어져 찢어지고 말 테니. (<맥베스> 4막 3장에서)


- 슬픔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감정이다. 슬픈 사람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떨어져 있고 싶어하는데, 그러기에는 카페가 딱 좋다.


- "수면제 말고 카모마일 차를 드셔 보시지 그래요"라는 말은 "샌드위치 말고 도장이나 핥으시지 그래요"라는 말과 별 다를 게 없다.


- 슬프면 추위를 느낀다.


- 사후에 작품을 통해 불멸하리라는 말을 들은 우디 앨런은 이렇게 말했다. "난 내 아파트에 계속 사는 게 더 좋습니다."



세라 크래스너스타인, <트라우마 클리너>


고독사 등 특수 사망 현장 청소부 업체를 운영 중인 샌드라의 이야기. 그는 피터 콜린스라는 남자로 태어났고, 결혼하여 아들 둘을 얻었으나 결국 성 정체성을 찾아 떠나며 가족을 등졌다. 그녀는 수많은 이름과 수많은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그냥 관념적으로만 이해하던 트랜스젠더. 그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관해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 "죽으면 누구나 갑자기 완벽해진다는 게 너무 웃기는 것 같아요."


- 샌드라는 양육비를 도와달라는 전 부인의 편지를 피해 도망다녔으며, 전 부인이 자기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떠났을 때, 남은 가족은 곧바로 사회보장제도에 기대어 살아야 했다.


- 트라우마 클리너라는 직업은 천직으로 선택할 만한 일도 아니고, 다른 생계 수단이 있다면 결코 하지 않을 종류의 일이다. 샌드라 회사의 직원들은 분노 조절 장애, 난독증, 담배 중독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으며, 어떤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휴대폰 문자 메시지 보내는 것도 부담스러워 했다. 이 때문에 샌드라는 직원들과의 연락이 두절되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 사회학자 브레네 브라운은 의미 있는 인간적 유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견딜 수 없는 취약성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정진호,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 미국에서는 의사들의 50%가 플라시보를 처방한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플라시보를 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플라시보 처방 자체가 불가능하다.


- SSRI는 다른 계열의 항우울제에 비해 심장 독성이 적다.


- 미국의 <임상정신의학저널> 연구에 따르면, SSRI를 복용한 사람의 69%가 우울증을 앓은 적이 없다.


- 계절성 우울증은 탄수화물 식탐을 동반한다.


-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설사를 할 경우, 1리터의 깨끗한 물에 설탕 6티스푼과 소금 반 티스푼을 녹여 마시면 좋다. 쌀죽, 치킨 수프, 코코넛 주스도 좋다. 스포츠 드링크는 적합하지 않다.


- 줄리엣이 다향의 벨라도나를 먹어 혼수상태에 빠졌다 하더라도 심장박동을 멈춰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할 수는 없다.


- 약 12,000명의 기형아를 태어나게 한 탈리도마이드의 제약사 그뤼넨탈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도 않았고 배상도 하지 않았다.


-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이미 미국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라는 이유로 인체 유해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미국에서 해당 물질은 살균용 농약으로 허가된 물질이다.


- 마취약 티오펜탈은 CIA에서 자백 약물로 쓰였으나, 대법원이 자백 약물로 유도한 정보의 법정 증거력을 부인했다. 마취약 계에서 티오펜탈의 왕좌를 물려받은 것이 프로포폴이다.


- 수은이 포함된 머큐로크롬은 1998년 미국 FDA가 위험을 경고한 다음에야 세계적으로 퇴출되기 시작했다.


- 뭉크는 <스페인 독감 후의 자화상>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에곤 쉴레는 죽었는걸...)



- <뉴요커>에는 '한국인은 책도 안 읽고 문학에 별로 관심도 없으면서 노벨 문학상 받기를 원한다'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키니네 원료 생산지인 동남아를 점령하자, 연합군은 키니네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14,000여종의 화학물질을 실험한 결과 더 좋은 물질인 클로로퀸을 찾아냈다.


- 비아그라가 등장하면서 멸종위기 생물의 불법 거래가 급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감은 완치되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