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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ug 31. 2022

의료 사고가 사망 원인 3위라고?

[책을 읽고] 조한경, <환자 혁명> (1)

"미국에서 의료 사고는 심혈관계 질환과 암에 이은 사망 원인 3위다."


충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책에 출처가 나오지 않으니 더블 체크를 하는 것이 당연한 다음 수순이다.


의료 과실로 사망한 에밀리 제리. 사망 당시 2살이었다.


의료 사고가 많은 사람들의 사망 원인이라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3위라는 주장은 존스홉킨스 대학교가 내놓은 보도자료가 출처다. 환자 단체는 옹호하고, 의료계는 반발하는 당연한 수순이 이어졌다. 실제로 검색을 해보면, 검색 결과는 이 내용을 반박하는 자료로 도배가 된다. 존스홉킨스에 따르면, 연간 25만 명이 의료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https://www.hopkinsmedicine.org/news/media/releases/study_suggests_medical_errors_now_third_leading_cause_of_death_in_the_us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의료 사고로 인한 사망은 최대 연간 44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https://journals.lww.com/journalpatientsafety/Fulltext/2013/09000/A_New,_Evidence_based_Estimate_of_Patient_Harms.2.aspx 


이런 내용을 반박하는 글은 보통 아래와 같이 연구 방법론에 딴지를 건다.


https://www.mcgill.ca/oss/article/critical-thinking-health/medical-error-not-third-leading-cause-death#:~:text=But%20as%20has%20been%20written,overestimation%20that%20has%20negative%20consequences. 


그러나 최대 44만 명을 주장한 존 제임스 박사의 논문은 (모든 의학 논문이 그렇듯이) 방법론을 최상단에 명기하고 있다. 이 방법론의 어디가 틀렸는지를 지적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위의 글은 (중학생도 할 수 있는 수준의 공격인) 작은 표본을 문제 삼고 있을 뿐, 품(내지는 머리)이 드는 정공법을 취하지 않는다. 의료 사고를 추궁하는 논문을 쓴 존 제임스는 의학박사고, 이를 반박하는 윗 글은 석사가 쓴 글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논쟁에서 희망을 본다. 미국에서 의료 사고가 사망 원인 3위라고 주장한 글은 존스홉킨스 대학교가 학교 이름을 걸고 낸 보도자료다. 최대 연간 44만 명이 사망한다고 추정한 것도 의학박사의 논문이다. 이 책을 쓴 조한경도 의사다. 다시 말해, 의사라는 직업군은 자정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매우 건전한 집단이라는 얘기다.


그 건전한 집단의 대표 주자


중요한 것은 25만 명이냐 44만 명이냐도 아니고, 3위냐 4위냐도 아니다. 이러한 논쟁은 의학이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환자를 해하지 말라는 것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도 나온다.


의학은 자본주의에 의해 변질되어 산업화되었다. 돈에 의해 변질된 수많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목적과 수단이 자리를 바꾸었다. 그래서 의약 산업은 의약 산업 자체를 확대재생산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환자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은 대증의학에서 기능의학으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평생 병원을 들락거린 나로서는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돈의 힘을 이기고, 진정 환자를 위하는 의술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맹신의 대상이 된 과학은 이미 종교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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