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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10. 2022

러시아 소설을 읽다보면 이름이...

적응이 안 되죠


러시아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름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러시아 이름은 이름, 부칭, 성으로 이루어지는데, 부칭은 (남자의 경우) 이름에 <-이찌>나 <-브>를 붙인 것이므로 이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고골의 <외투>의 주인공은 아까끼 아까끼예비찌인데, 아까끼의 아들 아까끼란 뜻이다. (이건 웃기자고 붙인 이름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러시아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흔히 쓰이는 이름이 몇 안 되므로, 부칭까지 합세해봐야 이름이 천편일률적이 되기 쉽다. 흔히 나오는 남자 이름은 알렉세이, 드미뜨리, 세르게이 정도이므로 이 세 이름을 조합하면 3*3 9개의 이름+부칭 조합이 나오는데, 이걸로 러시아 남자 이름의 50%는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MBA 다닐 때 러시아 출신 학생이 셋 있었고, 둘이 남자였는데 둘 다 드미뜨리였다. ㅡ.ㅡ;; (드미뜨리가 인기 이름이라 하니 러시아에는 드미뜨리 드미뜨리예비찌가 넘쳐날 듯.)


안나 까레니나가 자신의 남편과 정부의 이름이 둘 다 알렉세이라니 환장하겠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여기에 더해지는 복잡성이 애칭이다.


애칭은 러시아가 아니더라도 서구권 이름에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다만,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애칭이 조금 더 다양한 느낌이다.


<안나 까레니나>의 서브 여주인공인 키티의 경우를 보자.

일단, 키티 자체도 매우 심각하게 축약된 애칭이다. 

영어로 치면 캐서린의 애칭인데, 캐서린의 러시아 버전이 바로 그 유명한 예까쩨리나다.


캐서린은 영어 이름으로도 애칭이 제일 다양한 축에 속한다.

갑자기 영어 애칭과 러시아 애칭을 대응시켜 보고 싶어졌다.

이 소설에서 키티의 정식 이름은 예까쩨리나 알렉산드로브나이고,

애칭은 키티, 까쪠리나, 까쩬까, 까짜, 까찌가다.

영어 대응은 키티, 캐서린, (없음), 캐시, (없음)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영어로는 캣, 케이트, 케이티 등이 있으니 러시아어 애칭에 비해 꿀리지는 않는다.


학생 시절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을 때는 알료샤가 알렉세이의 애칭이라는 것만으로도 헷갈렸다.

정리를 해보니 조금 덜 헷갈리는 것도 같다.



아무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주인공들이 키우는 개의 이름은 까레닌이었다.

브론스끼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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