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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27. 2022

부동산 투자의 기초를
다시 짚어보자

정태익, <운명을 바꾸는 부동산 투자 수업 기초편>를 읽으며 느낀 점들

정태익의 <운명을 바꾸는 부동산 투자 수업 기초편>을 읽었다. 정리가 잘된 책이다. 몇 년 동안 부동산 투자도 공부도 손 놓고 있었으니, 이 책의 내용을 복기해 보면서 내가 그동안 배우고 느꼈던 점도 같이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자산 목표와 필요한 수익률


<기초편>은 무엇보다 마음가짐에 집중한다. 인구 감소로 부동산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생각해서도, 투자를 위한 종자금 마련을 위한 과정이 고통스러워서도, 인생을 뭐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서도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고 게으름이라는 달콤함으로 도피한다.


<도박 묵시록 카이지>의 명언 중 하나를 떠올려 보자. 외제차가 자기 인생과 전혀 상관없는 물건이라 생각하면 장난이나 치려고 한다. 그걸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유치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원하는 미래 자산 규모를 상상해보고, 그 금액을 현재 종잣돈으로 달성하려면 필요한 수익률을 계산해보자. 재미 없을 것 같아서 별도의 글로 정리했으니, 스킵할 사람은 스킵하면 된다.


https://brunch.co.kr/@junatul/713



2. 투자 방법론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부동산 투자 방법은 그냥 내가 살 집 한 채를 사는 것이다. 돈이 없을 테니 갭투자가 좋다. 갭투자의 '갭'을 채워넣기 위해 돈이 필요하니 전세 대신 월세를 살아야 한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투자 목적의 (즉, 적금 성격의) 보험이 있다면 해약하는 게 좋다. 보험은 보험, 즉 위험에 대한 대비로서만 유효하다.


요약하면, 지금 가진 돈과 무리하지 않는 수준의 대출금으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한 채 산다. 그 아파트는 내가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당황스럽지는 않은 수준의 물건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재건축을 노리지는 말자.)


많은 부동산 책들이 일단 물건 한 개를 사고 등기를 쳐보면 세상이 달라보인다고 한다. <나의 해방일지>식으로 말하자면, 다른 사람이 된다. 그러나 내 경험상 이 말은 조금 가려 들어야 한다. 나의 경우 조금 뿌듯하기는 했지만 뭔가 큰 깨달음은 없었다.



나는 오히려 경고의 말을 하고 싶다. 일단 물건을 하나 사봐야 한다는 압박감에 실수를 할 수 있다. 경매 입찰서에 0을 하나 더 써넣을 수도 있고, 황당한 꿈을 현실이라 생각하고 이상한 물건을 살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일단 하나 사봐야겠다는 생각에 구축 빌라에 가계약금을 넣었다가 그냥 날린 적이 있다. (문제는 한 달 월세를 날리고도 얻은 교훈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3. 물건 고르기


결국 부동산 투자의 핵심은 물건 선택이다. 매매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그건 배울 수 없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세금을 비롯한 정부 정책인데, 너무 자주 바뀌어서 적응하기 어렵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정보만 다시 챙겨보기를 추천한다. 즉, 청약 관련 정책이라면 청약을 노릴 때, 양도세에 관한 정책이라면 물건 매도를 고려하고 있을 때 챙겨본다.


좋은 물건을 가르는 기준은 보통 교통, 학군, 편의시설, 프리미엄 정도로 구분한다. 몇 가지로 나누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전체를 체계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살기 좋은 아파트가 되는 조건은 대동소이하다.


(1) 교통 - 단연코 제일 중요하다. 직주근접이 최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직'으로 교통이 편리해야 한다. 타보면 최악인 9호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강남 접근성 때문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는 GTX라고 봐야 한다. 서울, 부산이 아니라면 지하철보다는 도로망이 더 중요하다. 지하철의 중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재택근무 트렌드로 교통의 중요성이 위협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2) 편의성 - 아파트 자체의 편의성(도면), 단지 내 편의시설, 단지 크기, 근처 편의시설(예컨대 슬세권)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3) 학군 - 우리나라에서 특히 더 중요시되지만,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책에서 말하는 대로, 학군이 먼저가 아니라 부촌이 먼저 형성되고 학군이 따라온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


(4) 프리미엄 - 인간은 비교하는 동물이다. 사람들이 대장 아파트 또는 프리미엄 단지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좋은 단지에서 살면 대개 앞의 세 가지가 따라온다. 아리팍이나 마래푸라면 그냥 질러도 되는 이유가 뭐겠는가? 



4. 거시적 시각


(1)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인가


어쩌면 제일 중요한 요소다. 인플레이션은 일종의 자연현상이다. 절대 바뀌지 않는 사실이라 봐도 좋다. 그러나 경제의 한 부문에 불과한 부동산에도 인플레이션이 언제나 진리일지는 생각해볼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인구 감소다. 대개의 부동산 책은 인구 감소에도 가구수가 증가하므로 괜찮다고 퉁친다. 그러나 1인 가구는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다. 따라서 약간의 상상력은 발휘해 보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빈집 문제가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개 시골집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조사한 것도 아니고, 이와 관련한 체계적 연구를 본 적도 없다. 따라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고 이 문제를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이 문제에 관한 대처법은 사실 간단하다. 그냥 강남 아파트를 사면 된다. 그러나 이 옵션이 가능한 사람은 많지 않고, 가능한 경우라도 투자 범위가 제한된다는 문제가 있다.


(2) 거시적 분석의 유용성


거시적 분석에 매몰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내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데이터 분석으로 예외적 투자 수익(알파)이 가능했다면 이미 그렇게 부자가 된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는 자신의 분석 툴이나 결과를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지인, 아실, 직방, 호갱노노 등 데이터 소스는 그냥 참고만 하자. 뭔가 알고 싶은 통계가 있다면 네이버 검색으로 대개 찾을 수 있다. 그 기발한 생각을 한 것이 내가 처음일 가능성은 거의 없고, 손품은 발품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



5. 다른 고려 사항


(1) 청약. 청약은 주택 구매 수요를 분산시키는 정책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 운에 기대는 것을 투자 전략이라 할 수는 없다. 다만, 특별공급 대상이라면 소모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렇더라도 무제한 기다리지는 말자.


(2) 지방 투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그런데 하이 리턴이라는 것도 수익률 기준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수익금액 기준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냥 위험만 높은 투자라는 얘기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은 수도권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3) 난이도 있는 투자 물건. 대표적으로 재개발 물건이다. 솔직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재건축도 어려운 물건인데, 재개발이라면 난이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오래된 물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스트레스도 생각해야 한다. 집수리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4) 아파트가 아닌 물건. 인서울 빌라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그럴 돈이 있다면 그냥 수도권 아파트가 낫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오피스텔과 아파텔도 괜찮다고 말하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오피스텔은 책에 나오는 대로 연식 오래지 않은 구축 투자로는 괜찮다. 다만 목표는 현금 흐름으로 정해야 한다. 나는 아파텔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 따라 언제든지 위험한 물건으로 변신할 수 있어서다. 같은 이유로 도생도 좋지 않다고 본다. 분양형 호텔이나 지역주택조합이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5) 풍선 효과. 이건 주식 투자에서 타이밍을 재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


(6) 경공매. 공부를 좀 할 생각이 있다면 대단히 좋은 전략이라고 본다. 공매는 대단히 안전하지만 물건이 많지 않다. 경매는 특수물건을 제외하고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수물건에 잘못 손 댔다가는 투자금 날리는 것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경매를 아예 배제하는 유명 투자자도 많다.


(7) 투자 공부. 투자 공부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물건을 찍어주는 강의는 절대 피해야 한다. 그렇게 좋은 물건이라면 본인이 투자했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한 내용은 스스로 소화해서 내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뻔한 말을 반복하고 싶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본인이 말하는 <현금 흐름 머신>이나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이 아니고 책과 강연으로 돈을 번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주당 4시간>을 쓴 팀 페리스는 주당 4시간을 아득히 초과해서 일하고 있으며, 그 책에서 말하는 식의 비즈니스는 아주 오래 전에 그만 두었다.


(8) 무리한 투자의 기준. 이 책에서만 본 내용이라면 무리한 투자의 기준으로 연소득의 10배를 제시하는 내용이다. 좋은 내용이지만, 그 의미를 생각해보기를 추천한다. 왜 10배일까? 투자가 잘못되었을 때 10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 탈출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과연 그게 가능할지 자신의 경우에 비추어 생각해봐야 한다.



6. 소결


결국 부동산은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


시간이 되면 강남 지역을 임장하며 사람들이 어떤 곳을 살기 좋다고 하는지 분위기를 느껴보기를 권합니다. (267쪽)


지방에 사는 덕분에 강남 임장은 못해봤다. 부동산 투자 공부를 꽤 했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찔리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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