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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30. 2022

불안 다스리기

[책을 읽고] 김석, <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

불안이란 무엇인가


불안하다는 것은 욕망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욕망의 주체인 나를 되돌아보라는 신호다. (17쪽)


욕망이 채워지지 않아 불안이 발생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과연 그런가? 이런 질문을 던지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철학함>이고, 칸트가 강조한 것처럼 철학의 본질이다.


욕구하던 것을 얻는다고 끝이 아니다. 새로운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라캉이 존재 결여라고 부르는 것이고, 욕망의 원인이다. 대상이 결핍에 의한 욕구와는 다른 것으로,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 방식과 관련 있다.


욕구가 요구로 전달될 때, 언어가 개입하고 타자가 개입한다. 언어가 잘못되어 욕구와 요구가 불일치할 수도 있지만, 내 욕구를 타자가 인정하지 않거나 완전히 채워주지 않아도 문제가 발생한다. 욕구와 요구의 차이, 바로 이 찌꺼기가 지속적 결핍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느껴진다. 이것이 욕망이다. 욕망은 불안의 원인이다.


아이와 엄마의 사례를 살펴보자. 아이는 어떤 욕구, 예컨대 배고픔을 해소하려는 욕구를 징징거리는 방식으로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엄마는 아이가 왜 징징거리는지 모를 수 있다. 아이가 너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먹이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심지어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 스스로가 모를 수도 있다. 엄마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바라는 것을 모두 알 수도, 모두 해결해줄 수도 없다.


결국 다양한 이유 때문에 결핍은 채워질 수 없고, 그 찌꺼기, 즉 라캉이 말하는 <존재 결여>는 결국 욕망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의미에서 욕망은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것이다.



현대사회와 불안


현대사회는 불안에 더욱 취약하다. 첫 번째 이유는 현대사회가 소비사회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기호화된 소비를 하는 사회를 <소비사회>라 칭하는 데, 기호라는 것은 사회가 인정하는 것이다. 소비사회에서 사람들은 이동수단으로 자동차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 즉 남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을 욕망하는 차원에서 자동차를 소비한다.


또한 현대사회는 피로사회다. 본인 스스로가 자신에게 과업을 주고, 그 과업을 끝내면 또 다른 과업을 주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자기를 경영하는 것이 옳은 삶의 방식이라는 신화가 지배하는 것이 현대사회다. 이렇게 무한히 자신을 착취하는 사회가 바로 피로사회다.


현대사회에서 불안은 원인이 소비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소비를 통해 쾌락을 얻고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부추기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여기에 한몫한다. "죽고 싶지만 그래도 이것은 할 거야"라는 식의 책 제목처럼, 우울하지만 무언가 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죽고 싶은 사람조차 자기에게 과업을 부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Jean Baudrillard


불안에서 벗어나는 법


<불안들>의 저자 레나타 살레츨은 말한다. 물질적 풍요와 선택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들에게 불안과 죄책감, 해소되지 않는 결핍을 만든다. 이래저래 불안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잘 이해하면서 대처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욕망이란 근본적으로 채워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사회이자 피로사회인 현대사회는 욕구의 끝없는 추구를 부추긴다. 결핍은 커져만 가고, 찌꺼기는 늘어만 간다.


자유란 방종과 다르다. 뭐든지 이룰 수 있고, 아무 것이나 할 수 있는 게 자유가 아니다. 


자유란, 내 상황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자율적 능력을 의미한다. (203쪽)



소결


불안은 실존 그 자체이거나, 아니더라도 실존의 핵심적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없앨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만성질환처럼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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