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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Dec 11. 2022

폼 나게 싸워보자

[책을 읽고] 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8)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일단, 책의 마지막 챕터를 정리해보자.


유전자는 정치 성향의 33~50%를 설명해준다. 가정환경은 별 영향이 없다. 물론, 선천성이란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경험 이전에 코딩된 부분이 있다는 얘기일 뿐이다. 보수주의란, 위험 신호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변화를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유전자는 성격의 3층 구조에서 맨 아래층에 해당한다. 중간층은 성격적 적응, 즉 경험에 대한 반응이다. 최상층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 즉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진보의 문제점


보수보다 진보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진보는 특히 자신들의 가치 체계의 중심인 배려와 공평성에 관해 보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적 자본은 다양성 위에서 자랄 수 있고, 도덕적 자본은 도덕 공동체에게 중요한 자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조직이나 사회에 변화를 꾀하면서 그 변화가 도덕적 자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공연히 문제만 일으키게 되고 만다.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야말로 좌파가 가진 가장 근본적인 맹점이 아닐까 한다. (806쪽)


쉽게 말하면, 진보는 자신들이 원하는 어떤 변화가 사회의 다른 부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컨대 약자에 대한 새로운 보호장치를 마련할 경우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 뻔하지만, 좌파는 대개 그것이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외면한다.



다음으로, 저자는 진보, 자유, 보수 진영에서 배울 점을 이야기하는데, 명절 덕담 같은 느낌이다. 다만, 진보에 관한 이야기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은 과학을 믿는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영역이 딱 하나 있으니 경제학이다. 진보는 다른 모든 영역에서 논리적인 사고를 중시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손'만큼은 확실하게 악으로 취급한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손은 많은 문제를 대단히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저자는 미국의 라식 수술 시장을 사례로 들고 있다. 라식은 의료 보험의 영역 밖에 있는데, 이 때문에 시장 경제에 의해 가격이 매우 낮아졌다고 한다. 시장이 만능은 아니지만 많은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뭘 해야 할까?


이 책의 결론은 사람들이 서로 나뉘어 싸우는 이유가 <우리의 마음이 집단적 바름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우리의 마음이 어떤 절대적 바름이 아닌, 집단적 바름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집단적 바름이라는 것은 책의 결말에 소개되는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의 말대로, 74개나 122개일 수 있지만 어쨌든 한정적으로 존재한다. 근본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단 하나의 선도 존재하지 않지만, 도덕적 상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수많은 다양한 선 역시 허상이라는 얘기다. 이 책에서는 1개도 74개도 아닌 3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이 책의 결론을 살펴보자. 내가 과연 어떤 <집단적 바름>을 추구하는지 자문해보자. 다시 말해, 내가 추구하는 도덕적 목표는 나만의 고유한 것이 아니라 다지선다에서 골라낸 것인가?


나의 도덕 관념은 분명 나만의 것이고, 나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마 세상에 다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무리 동물이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인간은 <공동의 이야기>를 믿는 능력으로 세상을 제패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도덕 관념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런 의미에서 도덕 관념 내지 도덕 체계는 철학 관념이나 체계와는 다르다. 즉, 도덕 관념은 무리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도구로 진화한 것이므로, 나는 아무거나 창조할 수 없고 기존의 것들 중에서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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