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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Feb 13. 2023

저탄고지,
아주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책

[책을 읽고] 아이버 커민스, <저탄고지 바이블>

나는 저탄고지라는 처방을 따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간헐적 단식을 하며, 탄수화물을 (비교적) 적게 먹고 지방을 많이 먹으려 한다. 현재의 식습관을 체크해보는 용도로, 이 책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유다. 이 글에서는 이론과 실천, 두 가지 차원에서 이 책을 요약해보려 한다.



음식과 인슐린


우선, 3대 영양소에 대해 간단하게 체크해보자.


탄수화물은 필수 영양소라 할 수 없다. 포도당은 우리몸에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지방과는 달리, 탄수화물의 하루 필요섭취량이라는 건 없다. 즉 0이다. 인슐린 저항성의 주범이다.


지방은 인슐린 회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방은 크게 포화, 단불포화, 다불포화 지방산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다불포화 지방산이 가장 좋지 않다.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식욕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인슐린 회로에 대한 영향은 중간 정도다.

인슐린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다시 짚어보자. 인슐린은 혈당을 떨어뜨리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이 분비되면, 혈액 속을 떠다니던 당이 수거되어 글리코겐으로 변환, 축적된다. 간과 근육에 저장되는 글리코겐의 양은 한계가 있다. 글리코겐 저장 용량을 넘어가는 혈당은 더욱 막강한 물질, 즉 지방으로 저장된다. 


인슐린은 지방 연소를 막는다. 당부터 처리해야 하니 당연하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인슐린이 분비되며, 인슐린이 활약하는 동안에 지방 연소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음식 섭취에 휴식이 필요한 이유다.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병에서 그치지 않는다. 암, 심혈관계 질환 등 노화성 질병의 대부분을 인슐린 민감도로 예측할 수 있다. 인슐린은 아주 많은 일을 하는 호르몬이다. 그중에는 동화작용도 있는데, 이는 새로운 조직의 성장을 촉진한다. 즉, 암을 키운다.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가


혈당보다는 인슐린 농도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좋다. 혈당 측정의 경우라도 식후 혈당 측정이 더 중요하다. 음식에 인슐린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가늠이라도 해보려면 당연하다. 식전에 비해 식후 혈당이 30mg/dL이상 상승하면 음식 선택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와 관련, 관상동맥석회화(CAC) 수준 측정을 저자는 강력하게 권한다. 인슐린 저항성에 의한 피해는 혈관 내 석회화로 우선 나타나기 때문이다. 혈당이 아직 정상 범위인 경우라도 혈관에서는 이미 석회화가 진행 중일 수 있다.


혈액내 지질 관련 검사로는 HDL과 중성지방에 주목하라. 가장 좋은 지표는 중성지방/HDL 비를 2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총지방/HDL은 4.5 이하가 되어야 한다. HDL 자체는 남자 40mg/dL, 여자 50mg/dL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케톤 수치는 혈액 측정보다 호흡 측정이 오히려 더 정확하다. 케톤 수치가 0.5mmol/L 이상이면 영양적 케토시스 상태다. 저자는 10년 이내에 케토시스가 최적의 건강을 위한 접근법으로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HOMA(인슐린 저항성 항상성 모델 평가) 값은 인슐린 저항성을 직접 계량하려는 시도다. (공복 인슐린*공복 혈당)/405로 계산한다. 1.2 이상이면 인슐린 저항 상태다. 당화혈색소 수치로 확인할 수도 있다.



먹거리와 영양제


이 책은 저탄고지를 <기름지게 먹어라>로 표현한다. 기름지게 먹되 폭식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도저히 자신없다.


지방은 포화 또는 단불포화 지방이 좋다. 다불포화 지방은 그 자체로도 매우 나쁘지만, 과당과 결합하면 더욱 악랄한 빌런이 된다. 아무리 좋은 식이 지방이라도 탄수화물과 결합하면 GIP 반응을 강화한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키운다. 전통적으로 체지방에서 다불포화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5~10%로 매우 적었다. 포화 또는 단불포화 지방에 비해 훨씬 더 불안정한 구조이니, 당연하다.


적정한 수준의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다. 단백질 과다 섭취와 관련, 신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단백질 섭취가 건강한 신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한 건도 없다고 한다.


탄수화물은 당연히 제한해야 한다. 당뇨인이라면 일일 40그램,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면 80그램으로 제한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120그램 이상은 곤란하다.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이 책은 마일드하게 하루 500밀리리터 이상의 물 섭취를 권고한다. 식사 시간을 피해서 마시면, 소화에 영향을 주지 않아 좋다.


나트륨은 오히려 보충이 필요하다. 나트륨 부족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서양인 기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그냥 평소대로 먹거나, 소금을 조금 줄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물론 나는 먹고 싶은 대로 먹는다.


마그네슘은 보충제로 섭취해도 좋다. 구연산 마그네슘 분말을 음식에 뿌려 먹자.


오메가-3도 꼭 필요하다. Seven Seas 대구 간유 보충제가 싸고 좋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이 싸고 좋은 제품은 들어오지 않는다. 비싼 캡슐 제제만 들어온다.


비타민 D도 꼭 필요하다. 단, 혈액 검사에서 비타민 D 수치가 30ng/mL 이상이라면 보충제가 필요없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먹어서 그런 건지, 작년 검사에서 50대 수치가 나와서 지금은 섭취량을 대폭 줄였다.


식품에서 발견되는 비타민 C 분자는 다양한 성분을 포함하나, 보충제는 대개 아스코르브산뿐이다. 그러나 식품으로 비타민 C를 섭취하다가는 당뇨에 걸릴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비타민 D도 햇빛 받아 직접 합성하는 게 당연히 제일 좋다. 그러나 회사 다니면서 한낮에 반팔 차림으로 밖에 나가 30분을 보내라는 지침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요오드 과복용은 위험할 수 있어, 식품 섭취가 좋다. 다시마 알약은 식품이라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요오드 섭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탄고지 식이요법이라는 키워드로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


다른 이야기들


이 책에는 다양한 레시피도 소개되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하나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모짜렐라 치즈, 아몬드 가루, 달걀을 조합해 구우면 페이스트리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한다. 정말일까.


식단 변화에는 탈모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자. 곧 회복된다.


식단을 개선하고 공복혈당이 100~110 정도로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새벽 혈당 상승 현상 때문이다. 또한, 낮은 인슐린 수준으로 인해 혈당이 약간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120 이상이라면 기저 질환을 체크하라.


아침 대신 커피에 헤비 크림 두어 스푼을 첨가하는 것은 괜찮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간헐적 단식 책이 아니다. 간헐적 단식 관점에서 이게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나는 실제로 간헐적 단식 중간에 라테를 한 잔 마신다. 이것이 없다면 단식을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식 후 라테 마시기 전까지 16시간을 유지하려고는 노력한다.)


공복에 운동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러나, 식사 후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에 운동하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글리코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운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간헐적 단식 이전에도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 운동은 거의 아침에 했다. 10년이 넘게 그러고도 멀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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