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특히 빽다방처럼 작은 카페 안에 앉아 있다 보면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이 느낄 때가 있다.
물론, 그건 탄 커피 냄새다.
하지만 정말 담배 냄새와 비슷하다.
지금까지는 별 생각 없이, 담배가 아니라 커피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과연 그럴 만한 일일까.
예전에 본 만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 이건 커피라는 건데, 커피콩이라는 걸 태워서, 그걸 뜨거운 물과 섞은 다음 걸러낸 겁니다. 원시, 그 자체죠.
커피를 아주 좋아하는 만화가의, 일종의 자학 개그였다.
그런데 '커피콩이라는 걸 태워서'라는 표현이 꽤 강렬하게 와 닿았다.
그러니까, 커피는 탄 음식이다.
발암물질로 유명한, 탄 음식.
나는 커피를 아주 좋아한다.
원래부터 커피를 좋아했지만, 내가 커피를 끊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토피가 정말 심했을 때, 2년 정도 커피를 아예 안 마신 적도 있다.
그런데 어느 해 겨울, Macy's에서 크리스마스 세일로 파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는 바람에 다시 커피의 포로가 되면서 커피 단식은 끊겼다.
그 이후로 커피를 안 마신 날은 1년에 하루이틀 정도일 것이다.
2006년 겨울, 네스프레소가 출시되자마자 머신을 샀고,
노르웨이에서는 캡슐을 사려고 무작정 나섰다가 주소를 잘못 찾아 진흙탕에서 길을 잃은 적도 있다.
밴쿠버에서는 Blenz 커피를 즐겨 마셨고, 올드 타운에 있는 최애 카페, Luna에 가는 게 즐거웠다.
토론토에서는 아파트(콘도)에 커피 머신이 있다는 사기에 속아 아파트 계약을 했다.
그 커피 머신은 내가 거기 사는 동안 한 번도 제대로 작동한 날이 없었다.
애틀랜타에서도 커피 머신에 낚여 아파트 계약을 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커피 머신이 아주 잘 작동했다.
아파트 주민 중에 나만큼 커피 머신을 자주 사용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 한 명 있다. 커피 뽑아 와인바에서 재택근무하던 채드. 나와는 사무실 동료라고나 할까.)
재작년쯤에는 스벅 라떼가 갑자기 입에 너무 맞지 않아 1년 정도 스벅을 끊은 적도 있다.
(가끔 쿠폰이 생기면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마셨다. LG트윈스 이민호 투수의 최애 음료라서. ㅡ.ㅡ;; 근데 너무 달다.)
지금은 스벅 라떼가 다시 입맛에 맞아 주말마다 잘 다니고 있다.
처음 빽다방 라떼를 마셨을 때는, 이거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동료가 나눠준 거였는데, 어디에서 산 커피냐고 물었더니 빽다방 커피란다.
최근에 유튜브를 보니 그 맛의 비밀이 ㅅㅋㄹ이라고 해서,
사카린? 이라는 생각에 뜨악했다.
생크림... 이라는데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빽다방 라떼는 여전히 입맛에 맞는 편이다.
(매장에 따라 맛이 다르다.)
평생 다녀본 프랜차이즈 카페 중에는, 캐나다 서부의 Blenz가 괜찮았던 것 같다.
미국 스벅은, 20년 전에는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3년 전에는 아주 끔찍했다.
미국을 제외하면 스벅 커피 맛은 어느 정도 퀄 콘트롤이 되는 것 같은데, 말레이시아만은 끔찍했다.
우유가 문제였던 것 같다. (그런데 비슷한 날씨의 베트남은 왜 멀쩡하지?)
유럽에는 좋은 동네 카페가 많아 스벅이 기를 못 펴는데,
빈에서는 스벅이 오히려 더 좋았다.
Sacher 호텔 맞은 편 스벅에서 죽치고 앉아 커피 마시던 기억이 난다.
커피만큼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는 음식도 없을 것이다.
커피가 몸에 좋다, 나쁘다, 늘 새로운 소식이 들려온다.
확증편향을 조금이라도 이겨볼 마음이 있다면,
나도 이제 커피가 몸에 나쁘다는 쪽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