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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pr 13. 2023

성선설을 너무 믿으면

[책을 읽고] 피터 싱어, <죽음의 밥상>

아주 훌륭한 사람이 있다.


부자가 되는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사람들이 실천을 안 해서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마구잡이로 책도 쓰고 방송에도 나와 부자 되는 법을 공짜로 마구 알려준다.

그런데 어느날 누군가 묻는다.

"그렇게 해서 부자 되신 것, 인증하실 수 있습니까?"

"아니요."


***


챗GPT에게 물었다. 피터 싱어는 기부 많이 하겠지?

챗GPT가 대답했다. 그는 수입의 20~33%를 기부한다고 한다. 

많은 자선단체에 기부도 하고, 직접 설립해 운영하는 자선단체도 많다.

다만, 구체적인 것은 개인정보라서 밝히기 어렵다.


***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는 명저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글판 제목을 매우 잘 지었다.

원제는 그냥 <The Life You Can Save>인데, 초월번역이란 게 이런 거다.


아무튼,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가 믿는 성선설이 너무 날카로워서, 랄까.


라테 한 잔 안 마신다고, 당신에게 큰 손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 돈을 아프리카에서 굶는 아이들에게 기부하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세상에 몇 안 되는) 악인이다.


이것이 그의 논지였다.



<죽음의 밥상> 역시 마찬가지다.


소고기 안 먹는다고 안 죽는다. 채식으로도 건강상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게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당신이 소고기를 먹으면 소는 죽어야 한다. 그 외에도 환경, 노동 등 많은 문제를 만든다.

그러니 채식을 안 하는 당신은 (세상에 몇 안 되는) 악인이다.


피터 싱어는 이런 식의 전개가 매우 논리적이라 생각한다.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제논과 말싸움을 하던 그리스인들은 얼마나 피곤했을까.


***


그러나, 목축, 낙농, 육가공 산업을 비롯한 식품 산업에 수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현실이다.

이와 관련, 생각해볼 점들을 한번 죽 정리해보는 데는 아주 괜찮은 책이다. 

생각해볼 점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이 길다.


- 산업형 사육의 숨겨진 비용 - 환경과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비용, 즉 외부효과

- 유기농, 인도적 사육 인증의 진실

- 동물의 고통 등 윤리적 고려

- 맥도날드, 월마트 등 거대 기업의 결정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 로컬 푸드의 탄소 발자국 (운송 비용 대 하우스 난방 비용) 및 저개발국 경제에의 영향

- 공정 무역

- 윤리적 경영 - 치폴레와 홀푸드의 경우

- 채식주의

- GMO


기타, 한 번쯤 생각해볼 지엽적인 문제들.


- 행동경제학 실험 결과, 경제학을 배우면 사람들이 더 이기적이 된다고 한다. ('행동경제학' 실험이라는 사실은 감안하고 생각하자.)

- 모든 요소를 고려하면, 공정무역 제품 구입은 실보다 득이 많다.

- 질문을 하라. 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할 수 있다. "이 식당 고기는 어디에서 온 건가요?"

- 치폴레의 모든 돼지고기는 자연친화적으로 사육된 돼지의 것이다.

- 홀푸드마켓의 유기농 바나나 판매량은 Dole사로 하여 유기농 생산을 늘리도록 했다.

- 폴푸드마켓이 노조 탄압으로 유명하지만, 임직원 샐러리 캡은 평균 임금의 14배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 유기농 식품을 사면 GMO를 피할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높지만, 논리적 연관성이 없으며, 실제 근거 역시 없다.)

- 일반적인미국식식사(Standard American Diet)에 반대하는 움직임 중에는 쓰레기통 다이빙이라는 것도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Dumpster_d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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