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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pr 17. 2023

둔필승총 230417

앤 피터슨, <요즘 애들>

아전인수, 내로남불로 꽉 채운 궤변 모음. 특히 <육아> 파트에서 두드러진다. 밀레니얼의 조건이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문제인 거다. 그걸 알면서도 자기 주장을 펼치려고 현실을 왜곡해서 서술하느라 수고했다. 이 책 전체에서 유일하게 건질 만한 문장은 단 하나다.


- 투표해야 한다.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편이 좋다>

제목이 너무 좋아 펼쳤다. 죽음에 대한 사색이 아니어서 아쉬웠으나, 너무 웃겨서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3장(사회)부터 위트가 빠지기 시작하더니, 4장(영화)는 너무 재미없고, 5장(에필로그)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명절 때 집안 어른들의 참견에 대응하는 방법이 마음에 든다. ("취직이란 무엇인가?")


- "삶이 힘들어"라는 말은 대개, "취직을 하고, 괴롭히는 직장 상사가 없고, 빚이 없고,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봄, 가을에는 여행을 다니고 싶어"의 준말이다.



박지현, <참 괜찮은 태도>

작가의 글은 참 별로인데, 인용되는 글들이 참 좋아서 계속 읽게 된다.


박주영 판사는 정말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의 명언을 또 만났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한창훈, <홍합>

사투리로 참 맛깔나게 썼다(고 머리로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소설은 취향이 아니라서 감흥이 없다.



황세원,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고체노동에서 말랑한 노동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좋았고, 노조가입률이 낮은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귀족노조 프레임) 설명하는 것도 좋았다. 다만, 정답을 정해놓고 글을 쓴 느낌이라 설득력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오찬호, <곱창 1일분도 배달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할까>

설교집. 옳은 이야기라도 이렇게 따분하게 이야기하면 과연 먹힐까.



신민정, <서른 세 살 직장인, 회사 대신 절에 갔습니다>

이런 책에 원색적 비난을 리뷰로 남기는 사람들은 어떤 종교의 독실한 양들이겠지?



박서련, <체공녀 강주룡>

읽는 내내 흥미롭지만 개연성 없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이야기(에 기반한 픽션)라니. 진실의 힘은 강하다.



박서련, <마르타의 일>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 마치 다른 작가가 쓴 글 같다. 작가의 다재다능함에 놀란다. 소설은 중반부에 페이스가 조금 떨어지지만, 결말부에 다가가며 다시 긴장을 끌어올리며 멋지게 마무리한다. 캐릭터 중에는 <친한 언니>가 묘하게 매력있다.



김민주,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저자의 답답한 심정이 생생히 느껴졌다.



지해랑, <이러다 벼락부자가 될지도 몰라>

그냥 일기.



리옌첸, <뼈의 방>

법의인류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시체 이야기. 대단히 흥미롭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 책이나 번역되는 일본 작가와 달리, 중국 작가의 책은 엄선된 책만 들어오는 모양이다.


- 1972년 케네스 바이스 교수는 고고학 유적 통계를 살펴보다가, 남성 유골이 12% 정도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고고학자들이 유골을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두 개의 성 중 하나로 확정하려는 성향이 강해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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