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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May 03. 2023

둔필승총 230503

장웅연, <나는 어제 개운하게 참 잘 죽었다>

조주 선사의 어록을 읽으며 삶의 지혜를 이야기하는 책. 조주가 대단한 건지, 저자가 대단한 건지, 폐부를 깊이 찌르는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신선하다.



정찬주, <광주 아리랑>

광주 민주화 운동의 날짜별 기록. 소설로서 읽기에는 약점이 너무 많다. 그러나 소설은 진실을 이길 수 없으며,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이지만 사실의 기록이다. 읽고 나서 남는 깊은 여운은 아마 그 때문이겠지.



미야자키 마사카츠, <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먹어온 음식들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 짧은 분량임에도 핵심적인 내용은 깊게 다루는 점도 인상 깊다. 예컨대 커피, 사프란, 커리, 생선장 등등. 토기의 발명, 신대륙 접촉, 산업혁명, 정보혁명이 음식 세계사의 4대 사건이라고 말한다. 일본인임에도 한국 음식에 대한 매우 폭넓은 이해와 해설이 돋보인다. 예컨대 일본에서 들어온 고추가 왜 한국에서만 핵심 식재료가 되었는지.



파스칼 브뤼크네르,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지루하지 않다고 자기 최면을 걸며 읽었지만, 천연 수면제다.



하승민,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평점만 보고 집어든 소설인데, 우연히 이 책의 주제에도 5월 광주가 얽혀있다. 소설 자체는 그냥 그런 정도.  5월 광주라는 소재가 필연적이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 떡밥을 모조리 회수한 점은 좋았다. 그런데 떡밥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모든 일이 뻔한 이야기로 변신해버리고 만다.



알베르트 코스타, <언어의 뇌과학>

글 정말 못 쓴다. "결과는 흥미로웠다"는 문장이 100번은 나온다. 이런 분량 채우기 문장을 전부 지우면 책 두께가 반으로 줄 듯. 책 내용은 좋은데, 안타깝다.


- 이방인에 대한 혐오는 외모보다 억양에서 더 기인한다. 아이도 어른도, 피부색이 다른 경우보다 억양이 다른 사람을 더 멀리하는 것이 실험 결과 드러났다.

- 뇌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대개 동사보다 명사 처리에 어려움을 보인다.

- 이중언어자의 언어 변경에 수반되는 비용은 억제 비용으로 나타난다. 즉 또 다른 언어의 개입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 모국어를 익히고 나서 그 언어를 쓸 일이 전혀 없게 되면, 사람들은 모국어를 완전히 잊는다. 그러나 모국어를 다시 습득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 배우는 것보다 수월한 편이다. 이 사실은 어린 시절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김영수, 윤종웅, <이기적인 방역 살처분/백신 딜레마>

백신이 있는데도 살처분하는 거였다니, 충격적이다. 게다가 닭은 이미 여러 가지 백신을 맞고 있다. 백신 맞은 고기를 누가 사먹겠냐는 질문을, 왜 축산업자가 해야 할까?



최종엽, <오십에 읽는 순자>

모든 글이 순자 인용으로 시작해서 책쓰기/강연의 좋은 점으로 끝난다. 저자가 <오십에 읽는 논어>의 저자였다. 그야말로 똑같은 책이다.



전영수, <대한민국 인구, 소비의 미래>

책 제목이 잘못됐다. 대일본제국의 인구, 소비 미래인 듯. 우리나라에도 같은 사례가 있는 경우까지 굳이 일본의 사례를 드는 저의가 뭘까. 중고거래 플랫폼, 복합문화공간, 웹소설 플랫폼 등등 모두 이미 우리나라에도 있는 것들이다. 미래에 우리나라에 유입될 것 같은 일본 현상이 아니란 말이다. 이러니 일본 사람이 쓴 책인줄 알았다는 리뷰가 넘치는 것이 당연하다.



권용주, 오아름, <모빌리티 미래권력>

역시 권용주. 이 주제에 대해서 빠삭한 지식과 명쾌한 통찰을 잘 보여준다. 특히 우버의 문제점을 적시한 부분이 좋았다. 공유경제가 아니라 빨대경제라는 말도 매우 적절하다. 2030년에도 자율주행이 보급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울하다.


- 뉴욕대 뉴스쿨 트레버 숄츠 교수는 우버는 공유경제가 아니라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라고 말했다.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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