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들과 아빠

추모(追慕)

by 벤치

1


아들은 아버지란 말보다 아빠란 말을 더 사랑한다. 그 까닭은 아들 자신도 잘 모르겠으나 그의 속에서 일그러지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아들이 아빠를 아버지라 부르는 순간, 아빠는 진정 아버지로 변신하기에 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아들은 아빠의 허리가 딱딱해질 정도로 딱딱해졌지만 아빠라 부른다. 그것도 제법 배짱 있게, 또박또박 큰 소리로. 아빠!


2


그러나, 이제 아무리 아들이 고래고래 소리 질러도. 아빠는 대답해주시지 않는다. 이런. 잘 안 들리시나 보다(늙으면 다 똑같다더니!). 에이, 안되겠군. 아들은 서툰 솜씨로 음식을 바리바리 만들어낸다. 갖가지 전과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들. 동태전, 육전, 꼬막 무침,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막걸리……. 아침부터 손이 바쁜 아들이었지만 이내 곧 자신들이 만든 근사한 음식들 모습에 얼굴에 미소가 일어난다. 그런 다음 아들은 깊은 숨을 크게 한 번 몰아쉰다. 흡- 하- 여정의 시작이다. 아참! 낫을 깜빡했군! 내 정신머리 좀 봐.


3


아들은 여정을 떠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애써 태연한 발걸음으로 험악한 산길을 정복해나간다. 아빠가 홀로 외로이 걸어갔을지도 모를 그 길을. 타박타박. 타박.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행운아였다. 아빠의 표식이 산 곳곳에 흩어져있었기 때문이다. 향수. 고리타분한 싸구려 향수. 비싼 향수는 엄두도 못 내고 시장 모퉁이 작은 노점에서 산 그 기 센 향수!


4


그러나 아빠의 흔적만 있었을 뿐 아빠는 없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아들은 험악한 산길 한가운데에서 무릎을 꿇는다. 그리곤 허공에 소신 있게 외친다.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5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도 아빠는 대답이 없다. 애초로운 메아리만 울릴 뿐이었다. 참담한 메아리만 매정한 아빠였다. 집에서 부르는 것보다 더 잘 들리셨을 텐데 말이다.



꿈 속에 아빠가 나왔다.

나는 아직도 죄인인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9 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