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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Aug 09. 2021

일, 놀이 그리고 휴식

심심할 때 글쓰기


"오빠, 시간 있을 때 이 영상 한 번만 봐봐."


그녀가 보여준 영상은 한 심리학자가 강연하는 영상이었다. 영상은 독자가 질문하고 교수님께서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문득 나와 비슷한 상황을 가졌다고 느낀 사람이 질문한 걸 봤다. 


"교수님, 어떻게 쉬어야 잘 쉴 수 있을까요?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아요."


그가 했던 질문은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다.' 백 번, 천 번 공감한다. 아마도 그는 나랑 매우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어떻게 휴식을 취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기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던 사람이기에 공감이 됐고 한 편으로 안쓰러웠다.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교수님께선 우선 '놀이'와 '휴식'을 정확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이 정의하시는 '휴식'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이와 휴식의 경계선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기에,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고 느끼는 거란다. 이 말을 다시 풀어본다면 일이나 공부만 하다 잠깐 쉬는 샘 치고'게임'을 한다고 '휴식'이 되는 게 아니란 소리다. 게임은 놀이고, 놀이는 창의적인 생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지 휴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휴식은 게임과 핸드폰을 포함해 모든 것을 놓고 자거나, 멍 때리는 걸 말한다.


돌이켜보니 나에게 '휴식'은 없었다. 내 삶은 언제나 '일'의 연속이었다. 빚 때문에 시작된 돈에 대한 압박부터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해 항상 멈추지 않고 달렸다. 회사에선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엔 집에서 일한다. 항상 같은 루틴이다. 집안일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다가 집중이 안 된다 싶으면 스트레칭을 하고 스트레칭하는 순간마저 시간이 아까워 핸드폰 게임을 한다. 그러다 몸이 피곤하면 침대에 누워 웹툰을 본다. 내 눈과 몸 그리고 삶은 행위의 연속이었다. 하루 이십사 시간이 빡빡한 계획으로 가득 차있어 약간의 쉴 틈이 없었다. 약간의 멍 때리는 시간을 넣고 싶지만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많이 지치고 힘들었나 보다.


일과 취미 그리고 자기계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공부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휴식'은 공부해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어떻게 하면 잘 쉬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상태였다. 거기서 체력이 떨어지면 번아웃이 오고……. 내가 생각한 쉼이란 침대에 눕는 육체적인 쉼이라 생각했는데 그걸론 부족했다. 육체적인 휴식과 더불어 정신적인 쉼, '멍 때리기'도 필요했다. 문제는 멍 때려 본 기억이 거의 없어 맘처럼 안 된다. 이미 이십팔 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바로 고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내 스스로 합의점을 만들었다. 가만히 멍 때리는 게 베스트지만 나란 놈은 '가만히' 있거나 '멍 때리는' 상태를 동시에 할 수 없는 놈이라 일단 산책부터 시작했다. 왜 하필 산책이냐고 묻는다면 우선 무언가 하는 행위다. 걷는 거 자체가 몸에 좋다는 소리도 들었고, 운동 대신이라고 생각하면 죄책감이 덜하다. 둘째로 당장 생각을 비우며 걷진 않지만 나름 생각이 정리되고, 잡생각이 들었다가도 금방 사라진다. 나에게 있어 산책은 스스로를 속이는 휴식시간이다. 


항상 지쳐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휴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라며. 

그리고 하루 정도는, 제발 하루 정도는 빡세게 살아온 자신에게 보상의 시간을 주시길……. 


사실 이 말을 내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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