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 글쓰기
집안의 분위기가 싸하다. 아아, 이런 분위기 좋지 않아. 분명 여자친구의 심기가 불편한 건 알겠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나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지금의 침묵을 무시한 채 다른 일을 하는 것. 둘째, 아마도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겠지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 내가 적당히 눈치가 없으면 좋으련만……. 나는 이 냉랭한 분위기 싫다. 그리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그래서 물어봤다.
"자기야, 서운한 거 있어? 왜 그래?"
그녀는 애써 괜찮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괜찮은 표정이 아니다. 몇 번의 설득 끝에 입을 열었다.
"오빠 이야기 들어보면 오빠 미래엔 내가 없어. 그게 서운해."
굉장히 뜬금없는 답변을 들었다. 내가 미래에 대한 이야기할 때면 항상 자기가 없어서 서운하단다. 여러 개의 생각이 교차했다. '내' 미래인데 내 이야기만 하는 게 나쁜 건가? 아니면 내 무의식엔 여자친구가 미래에 없던 걸까? 순간 어떤 게 내 마음인지 헷갈려서 답하지 못했다. 지금 글을 쓰며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내 미래엔 정말 나만 있는 걸까?'
우선 여자친구가 왜 속상했을까? 맥락을 보면 내가 말한 미래에 '자신'은 없다고 했다. 왜 미래 계획에 여자친구는 넣지 않았을까?에 대한 의문. 아마 의식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 그 기저엔 이미 헤어짐을 생각하고 있던 게 아닐까 싶더라. 나는 연애를 많이 해본 적도, 길게 해본 적도 없다. 만났던 사람이야 열 손가락 안으로 꼽을 수 있고 대게 100일 전후로 헤어졌다. 이후 처음으로 3년 동안 한 사람만 만났다.
짧게 만나고 헤어졌던 적이 많았던 탓일까? 그래서 당연히 이 아이와의 헤어짐을 예상한 걸까? 아니면 이 또한 변명일까? 사실은 정말 사랑하지 않기에, 그래서 당연히 헤어진다고 가정했던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내 한 몸 챙기는 것조차 버거워 '타인'을 배제시킨 걸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답을 찾는다. 사실 답은…… 나왔지만 굳이 적지 않겠다.
우선 지금 처한 현실에 만족하진 않는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도 수중에 남은 돈은 십만 원 남짓이다. 어째서 일까? 가계부를 열고 몇 달간의 지출을 확인했다. 나는 여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고 생활비는 서로 모아서 사용한다. 다만 최근에 꼬미가 새로운 가족으로 들어오고, 여자친구가 직장을 그만뒀기에 내가 내는 비중이 많아졌다. 혼자였다면 삼십만 원이면 됐을 텐데 언젠가부터 생활비로만 백이십만 원을 사용하고 있더라……. 줄일 수 있는 건 최대한 줄였다. 내 용돈을 포함해서. 그렇게 해도 십만 원 정도 남는다.
아아, 지금은 유야무야 버티지만 솔직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 그렇다면 나는 단순히 금전적인 이유만으로 '우리'의 미래를 거부하고 있는 걸까?라고 하기엔 약간의 이유일뿐이지 큰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이야 여유 있는 사람이 좀 더 보태면 되는 거고, 남은 사람은 그동안 준비를 하면 되니까. 돈은 정답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랑인 걸까?
사랑을 언급하기 전에 '사랑'에 대해 알아야만 했다. '사랑'이 무얼까? 누군가 그랬다. 좋아하는 건 내가 행복한 것이고 사랑하는 건 나보단 상대의 행복이 큰 거라고. 그렇다고 했을 때 나는 내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걸까, 사랑하는 걸까?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다. 나는 항상 내가 먼저인 이기적인 놈이라…….
오늘은 사랑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려야겠다.
그리고 여자친구랑 솔직하게 대화해야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불편한 것이 수면 위로 차오른다.
서로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 하는지 알 수 있게 속 깊은 대화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