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 글쓰기
이래도 되는 걸까?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걱정이 들 정도로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다. 지금까지 꽤나 빡센 루틴을 갖고 살았다.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고 집안일. 청소기를 돌리고 야옹이들 똥간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키고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는다. 집안일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2차 일이 시작된다. 블로그 글을 쓰고 글의 소재를 찾기 위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거나 혹은 밖에 나간다. 그랬던 내가 퇴근하고 아무것도 안 한다. 간단하게 산책을 하거나 '문명 5'라는 게임만 하고 지낸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예전에는 일하고 있을 때도 쉴 때조차도 무언갈하지 않으면 불안에 휩싸였는데…….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불편한 마음보다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이제 정말 '일'과 '휴식'이 분리된 기분이다. 일할 땐 일만 하고 휴식할 땐 딱 쉬는 것만.
요 며칠 핸드폰 없이 지냈다. 산책을 가고 집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가고. 항상 옆에 있던 핸드폰을 멀리하니 허전하더라. 문명이 주는 편안함과 허전함 사이로 생각이 관통했다.
내 블로그명 '대충 살고 행복하게 지내자.' 나, 정말로 '대충' 살고 '행복'한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고개는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대충 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두 가지다 놓치고 있었다. 열심히 살면 행복이라도 해야 하는데 힘들기만 하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답을 계속했다. 지금 나는 행복한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행복하지 않을까? 정말 열심히 살고 있어서? 그런데 열심히 사는 게 나쁜 건가라고 물었을 때 나쁘진 않지만 몸이 힘들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결과물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 하고 있는 일이 재미는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 이제는 재미가 없다. 재미도 없고, 돈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편해지더라. 나에게 블로그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 일의 연장선이었다.
한 가지 강박을 놓기로 했다. 매일 양질의 글을 한 개씩 쓰는 걸 포기하기로. 물론 당장 안 되는 걸 알고 있기에 주말은 버리기로 했다. 내 블로그의 루틴은 나름 확실하게 정해놨다. 월요일은 내 생각과 느낌을 적은 에세이, 화요일은 일상, 수요일은 고양이글, 목요일은 책이나 영화리뷰, 금요일은 제품 리뷰, 토요일은 여행, 일요일은 정보성 글. 이렇게 매일 다른 분야의 글을 적었는데 가끔 밀릴 때 억지로 하다 보니 힘은 힘대로 들고 글은 글대로 별로다. 내용이 부실하거나 양만 많은 똥글이거나. 이딴 식으로 할 바에 안 하느니만 못하겠다 싶어 포기했다.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쉽더라. 매일 글 쓰는 걸 포기한지 며칠 됐을까? 손에서 책을 놨다. 책 읽는 게 힘들어 영화라도 보려니 그것조차 귀찮더라. 며칠은 괜찮았다.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건 나쁘지만은 않구나 싶었는데……. 이게 일주일이 넘고 이주일이 다 돼가니 문득 내가 왜 살고 있을까? 굉장히 원초적인 문답을 하고 있다. 아, 대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꽤나 나 자신을 놨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끝없는 번뇌에 시달리고 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