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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Sep 13. 2021

그들은 내게서 밝은 에너지가 난다고 하였다.

심심할 때 글쓰기


21년 9월 1일부터 4일까지,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이십팔 년의 삶 중 이십 년 넘게 서울에서 살았기에 친구를 비롯한 소중한 추억들은 그곳에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대구에 살고 있다. 그런 탓일까? 회사는 나를 배려해 두세 달에 한 번씩 3~4일 정도 휴무를 몰아서 준다. 덕분에 며칠 전 오랜만에 서울을 들렀고 오랜 시간 동안 보지 못한 선배, 후배 그리고 친구들을 만났다. 


"선배님,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요. 저, 요즘에 많이 울적했거든요. 근데 진짜 기분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멋있어요, 안 무서웠어요? 새로운 일 시작하는 거 정말 무서울 것 같은데……. 대단해요. 진짜로."


"그래도 무언갈 꾸준히 하고 있잖아요? 꾸준히 한다는 것 자체로도 존중받을 일이고 멋있는 일이에요."


"나는 네가 진짜 잠적하고 자살한 줄 알았어. 근데 꿋꿋하게 뭘 하는 걸 보면서 아, 잘 살겠구나 싶더라."


-


그렇단다. 그들의 말이 진심인지 빈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했다. 고마웠다. 그들의 말을 곱씹으며 나를 돌아봤다. 


음……. 얘들아, 너희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난 정말로 겁이 많은 사람이야. 나 많이 힘들었어. 너무 힘들었을 때,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느꼈을 때 나 역시 세상을 버리려 했었어. 그런데 죽는다는 게, 죽기까지의 과정이 무서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꾸역꾸역 남은 삶을 연명한 거야. 어거지로 생이 연장된 거지. 근데 꾸준히 살려고 발악하니까 조금씩 풀리는 것 같더라.


-


각자 짊어진 무게가 다르다. 누군가 봤을 땐 내가 굉장히 힘들 수도 행복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난 솔직히 현시점의 내 상황을 불행이라 생각했다. 많았던 빚을 반 정도 갚은 후엔 진척이 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무시하려 해도 계속 의식이 된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을 비하하고 부정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기비하는 멈추지 않고 쌓이고 쌓여 불면증으로 이어진다. 마음이 아픈 몸은 육체마저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러게 내가 나를 갉아먹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친구들이 봤을 땐 내가 빛나 보였나 보다. 내가 밝은 걸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정말 내가 밝은 사람일까? 아닌 것 같은데…… 아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니까 평소보다 기분이 격양돼서 조금 더 밝은 반응이 나온 것 같다. 내가 밝은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으니 밝아진 것이다. 내가 밝은 게 아니라 너희 덕분에 밝아진 것.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세상을 사는 건 좋지 않지만, 내가 빛이 되고 그들에게 의지가 된다면 이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불행한 삶이라 생각했는데 누군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줄 때면 상처받았던 부위가 치유되는 기분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하는 불안함과 의문은 지울 수 없다. 이럴 때 그들의 응원은 내게 용기를 준다. 용기는 확신이 되고 행동으로 나온다. 일련의 과정들이 내 인생관을 확고하게 다져준다. 아, 나는 잘 살고 있다. 


-


그래, 망할 놈의 자기 비하는 그만하자.

내 모습을 사랑해 주고 존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와 그들을 위해서 좀 더 당당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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