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노력을 욕되게 한 아내
학창 시절부터 배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알아야 한다고. 이혼 문제를 야기시킨 원인은 무엇인가.
남편의 사랑을 계속 확인해야 알아차릴 수 있을까 말까 하다
위와 같은 감정이 계속된다면 결혼을 한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혼을 남편에게 얘기했다. 내가 저런 상태라고 말하면, 남편이 ‘앞으로 표현을 더 많이 할뿐더러, 네가 원하는 방법대로 표현을 하겠다’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네가 원하는 방법대로
찾았다. 원인. ‘네가 원하는 방법대로’
내가 이혼 문제를 꺼내놓게 된 원인은 남편이 ‘내가 원하는 방법대로’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않아서다.
남편이 나에게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말로 "너를 좋아해! 너를 사랑해!"라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남편은 내가 좋아서 집안일을 한다. 요리 말고는 집안일을 싫어하는 나를 위해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짜잔' 해주기를 좋아한다. 남편은 내가 좋아서 운전을 한다. 사람 많은 곳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내가 어디 있든 어느 시간이든 꼭 데리러 오려고 하거나 상황이 마땅치 않을 땐 내가 꼭 차를 가져가기를 권면한다. 남편은 내가 좋아서 이쁘다고 말해준다. 이는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언젠가 화장이 잘 되었거나,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었을 때 '이쁘네'라고 말해준다. (그 스타일로 내가 자주 입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다)
이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원한 건 달랐다.
집안일은 하든지 말든지 수다쟁이인 나의 넘쳐나는 수다를 '방청객 리액션' 펼치며 들어주길 바랐다. 또는 본인에게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데불데불 말해주길 바랐다. 내가 있는 곳에 데리러 오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했고, 그보다 내가 있는 곳에 함께 있어주길 바랐다. 그게 남편이 원하는 일인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나의 비딱한 바람들이 집안일을 열심히 해 둔 남편에게 '세상에, 너무 깨끗해! 고마워'라고 하지는 못 할 망정 '이건 왜 이래, 여긴 왜 이래'하며 잔소리를 하게 했고, 먼 길 데리러 온 남편에게 '지옥철 안 타게 해 줘서 고맙다'라고 하지는 못 할 망정 '표정이 왜 그래? 화났어? 더 즐거운 마음으로 올 수는 없어?'라며 볼멘소리를 해대게 했다.
이런 나의 잔소리가 늘어갈수록, 남편은 자기 방식의 사랑 표현을 더 열심히 했다. 집안일도 더 열심히, 운전도 더 열심히, 이쁘다도 더 열심히. 게다가 내가 원하는 방식의 표현까지도 해보려 노력했다. '방청객 리액션'까지는 하지 못해도 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껏 들어주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다만, 나는 내가 원한 '방청객 리액션'이 아니어서 그가 한 노력은 충분하지 않다고 항상 화를 냈다. '나와 전혀 다른 남편의 성질'에는 애초에 '방청객 리액션'이란 없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지금 글을 쓰며 자기 방식의 사랑 표현을 애처롭게 해 온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놈의 '방청객 리액션'이 뭐길래.
정리하자면,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지 표현하지 않아서 나는 이혼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남편은 자기 나름의 표현을 가슴 절절히 하고 있었고, 나는 단지 그 표현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와, 나 진짜 최악의 아내인데?
남편도 당신만큼 노력하고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