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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ma Han Aug 06. 2020

일본어, 교육, 그리고 나

단호한 마음가짐과 그렇지 못한 태도

제 커리어에서 가장 오랜 경력은 온택트 교육 서비스 디자인(이러닝 교수설계) 입니다.
그리고 제 학부 전공은 일본어였죠.

전공한 것으로 먹고 살 수 있었던(?) 10여년 전에 직장생활을 시작했기에,
이 두가지가 합쳐져서 일본어 교육 콘텐츠를 웹/모바일 환경에서 학습자에게 어떻게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제 오랜 숙제였습니다.

온택트 교육과 일본어.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비즈니스나 민간 교류가 약화되면서 자연스레 제 작업들도 고민에 부딪혀 왔습니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나라 간 여행이 정지되어 버리니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지요. 올해 초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4월, 퇴사와 함께 저는 ‘탈 일본어’를 마음먹었습니다.
13년간, 한일관계가 주기적으로 악화될 때마다 왠지 제 마음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영업 회의 때 (내가 일본 대표도 아닌데!) 왠지 움츠러드는 것은 다름 아닌 일본어 담당자였지요.
이런 애증의 일본어를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어제 예전 직장동료들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중국어 교육 전문가와 디자이너 선후배.
그 자리에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동기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어요. (영어는 일단 논외로 하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세계 공용어 수요를 걱정할 입장이 아니야...)

답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외국어를 즉각 통번역하는 AI가 완성단계에 있다는 기사도, 당분간 나라간 여행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그리고 대기업이 공채를 줄이는 상황에서 외국어 자격증이 어떤 힘을 발휘할지에 대한 의문도-지난 7월 일본어능력시험 자체가 취소되기도 했지요-

잠깐 우리끼리 (망원동 써밋을 통해) 전망해 본 외국어 교육의 미래는 밝지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아직 탈 일본어를 하지 못한 걸까요.
왜 머리를 싸매고 있던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곱창집(제1회 망원동 써밋은 이모네 곱창에서 이루어 졌습니다..)에서 조심스레 점쳐 본 미래의 외국어 학습의 동기 몇 가지가 있었으니,

1. 교양으로서의 외국어
외국어를 교양이나 취미의 일환으로 배우고자 하는 수요, 그 나라 문화(음악이나 드라마 등)에 대한 덕질을 포함

2. 비즈니스용 외국어
코로나가 휩쓴다 해도 글로벌 시대에의 시동을 건 이상 나라간 교역은 앞으로도 활발해질테고, 언어 간 문화 차이까지 전달할 수 있는 AI가 나오기 전까지는 비즈니스 외국어 수요는 줄지 않을 것.

3. 소비를 위한 외국어
해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직구하고자 하는 수요- 단, 사이트 내의 한국어 번역이 점점 매끄러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 (크롬 만세)


그렇다면 자체적인 저의 결론.
정석대로 배우는 다이얼로그 위주의 초급 회화 (처음 뵙겠습니다를 배우면 무얼하나 일본인을 이제 좀처럼 처음 만날 수 없는데)는 사양세를 타지 않을까.

초급 문법부터 차근차근, 보다 지금 현재 그 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문장 위주의 표현을 통으로 익히는 것이 모두의 시간 낭비를 줄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요즘 1번의 내용-취미로서의 일본어-에 집중해서 콘텐츠를 발행해 볼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영상의 형태가 될 것 같아요.
제가 잘 하거든요. 교육 영상 만드는 것.

일본어를 공부한 적이 있고, 기왕 배운 일본어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쯤되면 탈 일본어는 요원한 걸까요.

내가 쓰는 언어의 범위가 내가 사는 세상의 범위가 됩니다.
외국어를 하나 알고 있다는 건 단순한 지식의 추가가 아니라 사유가 확장되는 경험이니까요.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배웠던 분들이 계시다면,
어렵게 얻었던 것들을 놓치지 마시고 조금씩 지속하시면 좋겠습니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외울 때 힘들었잖아요  

이쯤 되면 탈 일본어는 불가해 보입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서도 일본어 교육에 관한 유용한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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