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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에이드 Aug 25. 2021

[소설]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4)

시작 (by 박기영)

계약직이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던 거 같아요. 대학교에다가 도서관이니까 전공 살리기 좋다는 생각도 들었고, 처음부터 정규직을 노리진 않았거든요. 공부하는것 보다 경력을 쌓자.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렇게 대구를 떠나 경기도 생활이 시작되었죠. 기차타고 3시간, 그리고 버스타고 1시간. 본가가 있는 대구와 직장근처 자취방과의 거리는 그정도라고 보면 돼요. 그땐 내 차가 없었기 때문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던 거 같아요. 뭐 그땐 소형 게임기랑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할 때였고, 문명의 혜택으로 중무장한 나에게 기차랑 버스시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렇게 금요일이 되면 밤기차를 타고 본가로 갔고, 일요일 점심 즈음에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가고… 몸은 좀 피곤하긴 해도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안들었어요.


처음 한달은 적응한다고 정신없기도 해서 걔랑 연락하는것도 드물었고 만날 새도 없었죠. 아까 그렇게 반했다고 얘기는 했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갑자기 사랑에 빠졌다? 그러지는 않았어요. 그때 두근거리긴 했지만, 그때는 반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죠. 그래서 연락이 뜸해져도 크게 아쉽다거나 마음이 동요하지는 않았던거 같아요. 아니 반대로, 그냥 가끔 연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거 같아요.


두달정도 지났을 때였나? 직장에 적응 됐을 무렵 걔가 자기도 취업했다고 연락을 하더라구요. 자취방 근처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사립도서관이 있는데 거기 취직이 되었대요. 사립도서관이다 보니 월급도 적고, 토요일에도 근무해야 되지만, 걔도 일단 자기 전공 살렸고, 교회에서 운영하니까 나쁘지 않았나봐요. , 걔가 기독교 신자예요. 그렇다고 다른 종교에 배타적이라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절도 종종 가고, 민간신앙 관련 그림이나 이야기도 즐겼거든요. 그런 모습도 저한테는 좋은 이미지로 보였죠.

토요일에 일한다는건 좀 안타깝긴 하지만 저에겐 오히려 다행이었던거 같아요.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도서관이니까 동네 사람 누구나 이용할 수 있었어요. 어차피 토욜 내려와도 고정된 스케쥴이라고는 저녁에 친구들과 술 마시는 정도? 그래서 낮에 할일도 없겠다, 일단은 동종업계 후배겠다. 그래서 겸사겸사 말동무도 하고 일도 좀 도와줄 겸 해서 걔가 있는 도서관을 찾아갔어요. 매번 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2~3주마다 한번씩 들렀는거 같아요. 그리고 도서관 사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톡 주고받는 일도 늘었죠. 업무적인 얘기로 시작했다가, 직장 상사 욕도 하고, 그러다 새로 나온 게임같은 쓸데없는 얘기도 하고요. 그렇게 가끔이지만 서로 만나고, 멀지만 톡으로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다 보니 마치 스펀지에 물 흡수되듯 걔에 대한 호감이 조금씩 조금씩 커져간거 같아요. 그래서 언젠지는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내가 걔를 좋아했는지. 원래부터 그랬던 것 처럼, 그냥 걔가 좋다는게 당연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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