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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에이드 Aug 29. 2021

[소설]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5)

사랑의 바보 (by The Nuts)

그렇게 선·후배간의 만남은 제법 오래 지속되었어요.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지만, 역시 이 사람이다 싶으면 일찍 고백하는게 맞는거 같아요. 그때 왜 고백을 안했냐고요? 음… 너무 답답해 하지 마요. 그냥 제가 그때 멍청했다...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되네요. 그냥 좋게 생각해서 순진했다고 생각해줘요. 어쨌든 이유야 뭐… 제가 소심하기도 했고, 괜히 관계 깨질까봐 겁도 있었고… 이래저래 이유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걔한테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태기라고 걔보다 연하였는데, 1살인가 2살인가 어렸어요. 역시나 그 동아리 멤버였죠. 역시나 바보랑 바보여친땜에 알게 되었죠. 애가 싹싹하고 붙임성도 좋았는데, 바보네랑 같이 놀고 있으니, 자연스레 이래저래 얘기를 하며 알음알음하는 사이가 되었지요. 그러다 어느 날 부터인가 태기 옆에 여자애가 한명 붙어다니더라구요. 오락실에서 가끔 보이던 애. 어느 새 태기랑 걔가 사귀기 시작한거죠. 그때야 뭐… 태기랑 확 친한 사이도 아니고 알음알음 아는 사이니 그려려니 했고, 연상이랑 사귀는구나 라고만 생각했죠.

언젠지는 까먹었는게, 시험기간이라서 K대학교 도서관에서 한참 공부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모교는 너무 멀어서 K대학교 도서관 자주 이용했거든요. 한참 공부하다 머리도 식힐 겸 밖에 나가서 담배 한개 물고 있을 때였어요. 형, 안녕하세요? 뒤에서 누가 부르더라구요. 보니까 태기랑 걔가 있더라구요. 어, 안녕? 시험공부하러 왔나? 공부잘돼나? 조금 형식적인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데, 어떻게 얘기하다보니 흐름이 저녁먹으러 가는걸로 되어버렸더라구요. 순대국밥집을 가게 됐는데, 걔가 좋아하는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자주 가는 곳이라 셋이서 그 가게를 가게 되었죠. 그리고 저녁 먹으면서 공부얘기, 게임얘기, 뭐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주고받았죠. 그리고 그때 걔랑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전공이 나랑 같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걔가 나를 선배라고 불렀네요.


그리고 걔가 군대가고, 그 후 아까 얘기했듯이 바보가 안놀아줘서 오락실 갔다가 걔를 만나고, 그때부터 걔랑 친해지고…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게 된 거죠. 남친 군대갔으면 오히려 기회이지 않았냐고요? 그렇긴했죠. 음… 웃지 마세요. 그땐 말이예요, 골키퍼가 있다고 골이 안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골키퍼가 배탈나서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골을 넣는게 맞는가?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웃지 말라고 했잖아요. 바보같은 생각이지만 그땐 그랬어요. 내가 걔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 모르는 애도 아닌데, 안 그래도 군대가서 힘든 애인데, 애 없을 때 여자친구 가로챈다는 건 선배로서 할짓 못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땐 그렇게 목숨걸고 걔랑 사귀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냥 걔가 웃기만 하면 좋았어요. 언제 Y대학교 축제때 락페스티벌을 하는데, 나는 바보 데리고, 걔는 휴가나온 태기를 데리고 간 적이 있어요. 락빠였던 나랑 걔는 맨 앞에서 미친듯이 뛰고, 태기랑 바보는 금세 지쳐 뒤쪽 벤치에서 그냥 앉아 있었죠. 아, 이게 중요한게 아닌데… 여튼 그렇게 밤늦게 락페스티벌이 끝나고 인사하고 헤어졌죠. 서로 손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니, 그냥 이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

둘이 잘 만나고 있구나. 다행이다.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구나.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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