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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에이드 Sep 05. 2021

[소설]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10)

세 사람 (by Toy)

바보 이야기를 좀 할께요. 바보가 여친 사귀기 시작한게 음… 바보가 복학하고 1년 후였나? 대충 26살쯤에 만났을 거예요. 아까도 말했듯 바보 여친이 K대학교 만화동아리였는데, 솔직히 말해 바보는 그 동아리 멤버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동아리 애들과 많이 친했죠. 그 이유가 바보군 동생. 즉, 상협이 때문이었어요.


연년생이라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형제 둘이 되게 친했어요. 진짜 우애좋은 형제의 표본이었죠. 둘다 K대학교를 다녔고, 그래서 수업 겹치는게 아니면 웬만하면 같이 붙어 다녔죠. 둘다 생긴것도 비슷해서 누가봐도 아, 쟤들 형제구나 라고 생각했을꺼예요. 여튼 웬만하면 함께했던 형제가 학교에서 그나마 같이 하지 않은 것, 그게 바로 동아리였어요. 대충 감 잡히죠? 상협이가 만화동아리 멤버였던 거죠. 만화 좋아하고 그림도 되게 잘 그려서 동아리회장까지 했으니까요. 여튼 상협이 덕분에 바보도 멤버가 아니지만 동생따라 동아리방도 자주 놀러갔고, 동아리애들이랑 친해져서 거의 멤버취급 받았죠. 그러다가 여친이랑 눈 맞아서 사귀게 되었죠.


근데, 그게 문제였는데… 실은 상협이도 바보 여친을 좋아했던 거죠. 형제니까 닮는게 맞는데, 안타깝게도 취향까지 닮았었나봐요. 동아리활동하면서 어느 새 바보 여친을 좋아하게 됐는데, 고백은 못하고 고민만 계속하다가… 몇날며칠을 맘고생하다 결국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고백을 하러 바보 여친 집을 찾아갔는데, 얘랑 같이 손잡고 걸어가는 형을 보고 만 거죠. 일주일? 고백을 결심하기 일주일 전부터 사귀기 시작했던거죠.


뭔가 익숙하지 않아요? 당연하죠. 방금 내가  이야기랑 다를 바 없으니까요. 바보 동생, 아니 상협이도 주저하다 결국 자기가 좋아하던 사람을 놓치고 말았어요. 어느  부터 그렇게 붙어 다니던 형제가 따로 다니기 시작하더라구요. 이유가 상협이도 자기가 우물쭈물하다 좋아하던 사람을 뺏긴 . 뺏겼다는 표현이 맞나? 하여간 그렇게   자기도 알고 있었어요. 자기가 좀만  빨리 얘기했어야 된다. 주저한 내가 잘못이다. 근데 그걸 아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한 거예요. 원래 내가 좋아했는데 자리가 내가 되야 하는데 하필 우리형인건지그런 생각이 가득했나봐요. 그래서인지 갑자기 바보랑 상협이랑 떨어져서 지내기 시작하더라구요. 나중에 바보가 술자리에서 얘기하던데, 바보도 상협이가 자기 좋아하는거 알게 됐대요. 그래서 서로 싸우고, 말도  안하게 됐다고 하더라구요. 내가 상협이가 아니라 바보 친구니까 이 인간 편 들었다마는… 그걸 떠나서라도 상협이 본인이 고백도 못하고 우물쭈물 하다 좋아하는 사람 놓친거지, 순전히 자기 잘못이지, 자기가 잘못해놓고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바보, 자기 형을 탓하는 지… 이해가 안됐어요. 그래서 바보한테 그 니가 잘했다, 상협이가 잘못한거다, 니한테 그러면 안된다.  마시면서 바보한테 대충 이런 말들을 했어요. 솔직히 얘기하면  즐기기도 했어요. 재밌잖아요.  여자를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  드라마 소재같잖아요?

근데 있잖아요? 난 그러면 안됐어요. 왜 상협이가 형을 원망했는지 그때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드라마에 내가 섭외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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