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페 에이드 Sep 07. 2021

[소설]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12)

노래할께 (by 노리플라이)

그 다음날 별일 없다는 듯 출근하고 일하고, 그리고 쭈에게 내가 살테니 저녁에 치맥먹자고 했어요. 솔직히 궁금했어요. 걔랑 상협이랑 도대체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대충 스터디 하다 만난건 알았지만, 내가 아는건 딱 그정도 였거든요. 걔랑 절친인 쭈라면 잘 알거 같았어요.

근데 의외로 쭈도 잘 몰랐대요. 사귀는 것도 지난주에 알았대요. 걔가 상협이랑 사귀기 시작한건 한달 전 부터였는데, 그냥 괜하 연애한다고 호들갑 떠는 거 싫어서 얘기 안하고 있었대요. 그러다 상협이가 친구들한테도 우리 사귀는거 알았으면 한다고 얘기해서 친구들한테 얘기하게 됐대요. 뭐… 걔라면 충분히 그럴꺼라고 생각해요. 쭈도 걔가 연애 시작한거 감췄던 건 이해하나 보더라구요. 쭈 말로는 그 전에 만난 걔 남자친구들이 커플이라고 같이 붙어다니고 커플사진같은거 찍고 사귄다고 티를 팍팍 내며 다녔는데, 걔가 그런걸 참 싫어했대요. 그냥 커플티 안내고 조용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만나는걸 원했대요. 그래서 쭈도 자기네 친구들한테 나중에 얘기한게 좀 섭섭했지만, 지금이라도 얘기해줘서 다행이라고 하더라구요.


쭈의 말로는 상협이도 걔를 2년 동안 좋아했대요. 단지 태기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 했었나봐요. 그러다 그림 스터디로 걔와 가까워 질 기회가 생겼는데, 어느 날 태기랑 헤어진 걸 알게 된거죠. 그리고 얼마 뒤, 걔한테 고백을 했고 사귀기 시작한거죠. 아니 어떻게, 생긴건 바보랑 똑같으면서 걔한테 한 짓은 나랑 똑같은지 원… 그리고 걔도 상협이를 좋아해서인지 몰라도 진짜 진지하게 사귈라고 하는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걔가 쭈한테 치마 고르는거나, 화장 잘 하는법 같은거도 물어봤다네요. 맨날 청바지만 입고 다니고, 화장같은거 기초말고는 전혀 하지 않는 애였는데… 그 얘길 들으니 괜히 씁쓸해지더라구요.


여튼 그렇게 쭈를 통해 나름 궁금했던 걸 풀었죠. 덤으로 내가 걔 좋아했다는 것도 쭈한테 얘기했고요. 쭈는 그냥 힘내라고 위로해 주더군요. 힘이 많이 났어요. 옆에서 술마시고 얘기들어준 것만 해도… 그날 첨으로 쭈한테 고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후로는 뭐랄까…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해야하나? 나는 일을 하고 단톡방으로 걔랑 쭈랑 얘기하고… 걔 있는 도서관도 한번씩 찾아갔어요.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고 가끔. 커피도 전달해 줘야했고. 아, 커피 얘기는 조금있다 다시 얘기해 줄께요. 상협이랑 둘이 있을때 보기도 했어요. 조금 어색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특히 상협이는 자기형 친구니까, 뭐… 여튼 잘 지냈어요. 그땐 그렇게 생각했어요. 잘 지내는 것, 내가 걔한테 해 줄수 있는 마지막. 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 걔랑 걔 주변인을 만나고 평소랑 같이 대하자.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걔가 눈치채지 못하게 걔한테서 멀어지자.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네요. 바보랑 놀고 있는데 바보가 전화를 받고 나서 나한테 얘기하는 거예요. 상협이가 걔랑 같이 있는데, 나하고 너 둘이같이 술먹으러 여기 오라고. 바보가 나랑 같이 있는건 진즉에 톡으로 얘기했었나봐요. 괜히  커플에 끼고 싶지 않아서 안갈려고 했지만, 바보가 혼자가기 싫다고, 괜히  커플 중간에 끼먼 어색할거 같다고 계속 붙잡아서 결국 같이 가게됐죠. 나중에 알고보니 상협이가  데리고 와달라고   같더라구요. 아무래도 자기 여친 좋아하는 사람이 지인으로 있으니까, 확실하게 정리를 하고 싶었나봐요. , 여기서 정리가 걔는  여자친구니까 붙을 생각 마라 그렇게 정리하는게 아니라,  사람은 우리형 친구이자, 걔가 아는 선배일 뿐이라고상협이도 나와 직접 만나서  형은 걔가 아는 선배, 그냥 좋은 형이라고 스스로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대요.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는 불안을 없애고 싶어서하여간 생긴  바보랑 똑같으면서 이런  나랑 똑같은지 


여튼 그렇게 만나서… 별일 없었어요. 진짜로 별일 없었어요. 같이 술먹고 웃고 떠들고, 술 좀 들어가니 노래 땡긴다고 근처 코인노래방 가고,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고, 각자 노래 부르다 바보랑 나랑 듀엣으로 부르고, 걔랑 상협이랑 듀엣으로 부르고… 뭐 그렇게 신나게 놀았어요. 걔들 커플이 듀엣 부를 때 솔직히 질투 안났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상협이가 아니라 나랑 같이 노래 불렀으면… 그런 생각했어요. 근데 생각은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생각만 했어요. 어차피 걔 옆자리가 내자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다시한번 얘기하지만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어요. 신나게, 즐겁게, 재미있게. 나도 걔를 신경 안쓰고, 걔도 괜히 나 신경쓰이지 않게. 그러면서 조금씩 걔와 나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갔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