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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에이드 Sep 18. 2021

[소설]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14)

새벽녘 (by 에피톤 프로젝트)

커피 이야기를 좀 할께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제가 커피덕후잖아요. 에스프레소 머신은 집에 없지만 그래도 홈카페 도구는 웬만하면 다 갖추고 있어요. 핸드드립세트는 기본이고, 업소용 전동 그라인더랑, 좀 귀찮긴 하지만 에스프레소도 뽑을 수 있는 모카포트, 그리고 더치커피 툴이 있어요. 더치커피가 뭐냐구요? 아, 요새는 콜드브루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가? 그 찬물커피 아시죠? 커피가루에가가 찬물을 한방울씩 떨어뜨려서 12시간 정도 뽑는 그거요.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즐기는 커피는 아니지만, 선물주긴 딱 좋아서 종종 뽑거든요. 500ml 한병이면 아메리카노 20잔 정도는 만들 수 있고, 향도 잘 안날아가서 냉장보관하면 한달동안 향기좋은 커피 마실 수 있어요. 출근할 때 더치툴에다가 커피가루 담고, 위에 물방울 떨어지게 세팅하면, 퇴근 때 알아서 추출되어있어 은근 만들기도 편하구요.

아까도 말했지만 걔도 커피를 잘 먹었어요. 블랙이나 에스프레소 같은 진한 커피를 특히 좋아했죠. 그런 걔한테 더치커피는 딱 맞는 아이템이었죠. 진한데다가 오래 보관도 가능하고, 따로 내릴 필요도 없이 물만 타면 바로 마실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 한두병 맛보라고 갔다줬는데, 한번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나중에는 내 더치가 그 어느 가게 커피보다도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어느새부터 정기적으로 더치커피를 갖다주기 시작했죠. 방금 만들기 편하다고 말은 했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커피추출방법보단 편하다는 거지, 그래도 은근 세팅하는데 손은 좀 가거든요. 그래도 걔가 내 더치 받고 좋아할 생각하면 전혀 귀찮지 않았어요.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 있으면 걔가 내 더치커피를 받고 웃는 모습이 떠오르더라구요. 더치커피가 나와 걔를 계속적으로 이어주는 묘약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상협이랑 사귀기 시작하고… 그래도 더치는 좀 갖다줬어요. 어색하지 않은 사이로 남기로 했으니, 매번 갖다주는거 바로 끊기도 그랬거든요. 대신… 자주 갖다주는게 아니라, 가끔 갖다주게 되었죠. 연락이 점점 줄어들고, 서로 거리가 멀어질수록 더치커피도 덜 갖다주게 되었죠. 그렇게 몇달 지난 후, 더치툴이 깨졌다는 거짓말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더치를 갖다주지 않았어요. 저도 더 이상 더치커피를 뽑지 않았고요. 괜히 더치 뽑으면… 다시 갖다주러 가야 될거 같더라구요.


그렇게 이젠 모든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길었고, 후회도 많았지만, 곧 추억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제야 마무리를 지었다고 생각했어요.


걔가  커피가 마시고 싶다고 연락만 안왔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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