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그려봅니다 7
낮이 생활을 하는 시간이라면
밤은 생각을 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어제도 한시간 정도 밤마실을 다녔다.
늘 그렇듯...
사무실이라고 해야 하나? 도서관 건물 꼭대기 자료실이 내 자리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천혜(?)의 근무환경이라는건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내 자리 뒤쪽 문으로 나가면 옥상공간이 나온다.
입사하고 1년 정도는 틈만나면 야근을 했는데,
일하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여기 나와서 바람을 쐬곤 했다.
아무도 없고, 나만 있는 공간.
보름달이라도 뜨면 일이 많더라도 멍하니 달만 바라보았다.
워크숍이든, 친구들끼리든
바닷가를 놀러가면 난 언제나
밤에 몰래 빠져나와 혼자 바다를 서성인다.
이곳은 어둡지만
저 멀리 보이는 불빛에서부터 시작하여
여기까지 다다른 파도의 소리
파도소리가 건너편의 이야기를 전해주는건 아닐까?
괜히 혼자 쓸데없이 상상해본다.
외롭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내 주변엔 소중한 사람들이 많고, 새로운 소중한 사람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씩은
아무도 없이, 나 혼자서,
지도에 없는 마을*을 돌아다니고 싶다.
(*가수 이상은의 2005년 발매앨범 Romantopia 수록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