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중. 산꼭대기 미니 박물관.
Burroughs Mountain Trail과 Naches Peak Trail처럼, Tolmie Peak Trail도 레이니어 국립공원 (Rainier National Park)에 있는 또 다른 하이킹 트레일이다. 레이니어 산의 북서쪽에 있는 코스라서 거리상으로는 시애틀에서 그나마 가까운 편이지만, 고속도로를 빠져나간 뒤 하이킹 트레일까지 마지막 20마일(32km 정도) 정도의 산길이 오프로드(off road - 비포장 도로)인 것이 문제다. 오프로드이다 보니 차로 20마일을 가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다. 한 시간 동안 오프로드를 달리는 일이 이렇게 피곤하고 힘든 일인지 몰랐다. 한 시간 동안 흙먼지를 가르며 털털거리며 달리다 보면 차가 부서지든, 내가 부서지든, 뭐든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마지막 20마일만 제외하면, 톨미피크는 정말 훌륭한 하이킹 코스이다. 아름다운 트레일, 적당한 난이도, 정상에서의 볼거리, 두 개의 호수와 멋진 뷰까지 모든 것을 갖춘 밸런스가 좋은 하이킹 코스다.
Tolmie Peak로 항하는 하이킹은 Mowich Lake에서 출발해 비교적 평평한 산길을 걷는 코스로 시작한다. 슬슬 오르다 보면 Eunice Lake가 나오고, 이 호수를 지나 조금 더 경사진 트레일을 걸어 Tolmie Peak까지 올라가는, 호수 - 산 - 호수 - 산의 재미있는 코스이다. Tolmie Peak에 도착하면 작은 전망대 (Tolmie Peak Lookout)이 있어서, 내가 정상에 왔구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Tolmie Peak Lookout (톨미 피크 전망대)는 1930년대에 건설된 소방 감시용 전망대로, 현재는 역사적인 건물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전망대 내부에 딱히 특별한 전시물이나 박물관식 전시는 없지만, 창문 너머로 오래된 책상이나 가구들, 커피포트로 추정되는 주전자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전망대 앞의 공터에 주저앉아 바라보는 Eunice Lake와, 레이니어 산, 굽이 굽이 보이는 눈 덮인 산맥들이 정말 장관이다.
톨미 피크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내려다보는 Eunice Lake도 아름답다.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내가 아까 올라온 하이킹 트레일이 선명하게 보이고, 호수는 내내 반짝거린다. 호수에 도착해서 방금 내가 내려온 산 꼭대기를 바라보면 Tolmie Peak Lookout이 딱 보인다. 멀리서 보면 산꼭대기에 작은 정자가 있는 것 같아 귀엽다.
하이킹을 마치고 다시 Mowich Lake로 돌아오면 카약 타는 사람, 패들보드 타는 사람, 캠핑이나 피크닉 하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역시 PNW의 여름이다!
시애틀의 겨울은 내내 비가 와서 우울하다고 하지만, 시애틀의 여름은 정말 최고다. 해는 쨍하고, 맑고, 상쾌하고, 싱그럽다. 너무 덥지도, 습하지도 않고, 벌레마저 없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 살았지만, 단연코 여름은 시애틀이 최고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시애틀의 여름날을 만끽하기엔 하이킹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자연 한가운데를 걷고 있으면 지나가는 여름날 하루하루가 아까울 지경이다. 이렇게 좋은 오늘, 오늘도 5.6마일(약 9km), 3시간 반의 즐거운 하이킹을 했습니다 : )
Let's hike!
3줄 평 (난이도: 중)
- 호수 - 산 - 호수 - 산의 아름다운 코스
- 톨미 피크에서 바라보는 호수 & 레이니어뷰 최고
- 1시간 오프로드만 아니면 또 가고 싶다!
AllTrails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