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이민도 답은 아니다

by 넙죽

이민도 답은 아니다


불판위에 삼겹살이 지글 지글 익어간다. 돼지의 지방이 풍겨내는 달큰한 냄새가 가게 안을 휘감을 때에 사람들의 입안에서는 침이 고인다. 돼지의 살에서 핏기가 가실 때까지의 지루하고도 괴로운 기다림이 지나고 나야 비로소 자신의 입에 아니 목덜미에 기름칠을 할 수 있고 다시 그 기름기를 없애기 위해 소주잔 안에서 투명하게 찰랑거리는 소주를 들이킨다. 수없는 기름칠과 씻어냄을 반복하며 고주망태가 되어서야 끝나는 시간. 그리고 그 와중에 적당한, 왁자지껄한 대화가 덧씌워지는 시간. 직장인의 흔한 회식풍경이다.

그러나 이날. 혜선의 회사사람들의 회식풍경은 조금 달랐다. 사람들은 입맛을 잃은 듯 불판을 향하는 젓가락질은 활기를 잃었다. 고기가 줄어드는 속도 보다는 오히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초록색 소주병이 늘어가는 속도가 더 빠른듯 했다.

그 와중에도 소주가 들어갔음에도 왁자지껄한 대화따위는 없었다. 이따금 큰 웃음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활기찬 옆 테이블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정적을 깬 것은 최팀장이었다.


"그녀석. 소리소문 없이 그만 둔 것을 보니 아예 우리랑 인연을 끊으려나보네. 섭섭하구만. 그동안 지낸 세월이 얼만데......혹시 이민이라도 간 것 아니야?"


혜선은 최팀장에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설마요. 이민이 쉬운 것도 아니고. 요즘은 미국은 물론이고 캐나다나 호주에서도 이민을 잘 받아준다고 하던데요. 게다가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가야하는 걸요."


최팀장은 혜선의 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말이 맞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재차 말했다.


"아니야. 아예 틀린 추축은 아니라니까. 요새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고도 하잖아 그만큼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지. 이 나라에서 열심히 살아도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지. 타국에서 일하는 것이 초반에는 여기보다 고되고 힘들 수 있지만 정착만 잘하면 여기보다 나을 수 있으니까."


최팀장의 말을 듣고 혜선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도 이 나라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너무 가혹하다 여겨 타국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새로운 곳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리고 엄마를 혼자 이 땅에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엄마와 함께 떠나는 방법도 있었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외국에서 엄마를 같이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 무엇보다도 현실에 패배해서 도망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혜선은 선준을 떠올렸다. 그 남자 설마 그깟 여자 하나 때문에 도망쳐버리진 않았겠지. 만약 그랬다면 너무 실망이었다. 고기가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르자 혜선은 정신을 차렸다. 그래 선준이 외국으로 떠났든간에 자기랑 이제 무슨 상관인가. 이제 직장동료 조차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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