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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넙죽 Jan 11. 2021

드디어 아내를 만난다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아내를 마중하러 나가는 시간


  모스크바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10시간의 비행을 혼자 견디고 왔을 아내를 위하여 모스크바 세레메티보 공항으로 아내를 마중 나가야 했다. 아직 사무실 근처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는 나였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 일주일 전 입국한 나는 사무실에서 마중을 나와주셨기 때문에 비교적 편하게 모스크바 시내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아내를 마중 나가고 또 아내를 편안하게 우리의 보금자리로 데려오는 길은 이제 온전히 나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난 일주일 중에 가장 큰 미션은 추운 모스크바 날씨 속에서 아내와 함께 지낼 따뜻한 집을 구하는 것과 아내를 무사히 우리의 집으로 데려올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집은 무사히 구했으니 이제 공항까지 어떻게 가고 어떻게 우리 집까지 올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였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아에로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것과 택시를 이용하는 것. 장단점은 명확했다. 이른바 공항철도인 아에로 익스프레스는 편도 400 루블(넉넉잡아 우리 돈 8,000원 미만) 정도로 가격이 저렴했고 길을 잃을 가능성도 적었다. 아에로 익스프레스 바로 집 앞에서 탈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또 공항 입국장에서도 10분 이상 걸어야 했기 때문에 짐을 많이 가지고 오는 아내의 입장에서는 분명 고단한 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시국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조금 꺼려졌다. 특히나 하루 확진자가 수천 명에 달하는 모스크바 상황에서는. 택시를 이용하는 방식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일단 우리 집에서 공항까지는 적어도 편도 1,000 루블(우리 돈 20,000원 미만) 이상은 줘야 하는 비용도 그렇지만 아직 내가 이곳에서 택시를 이용해본 적이 없단 사실이 불안했다.  그러나 짐이 많은 우리 입장에서 택시의 편리함이 주는 장점은 매우 컸다.  다행히 회사 분들이 러시아에서는 얀덱스 택시 앱을 사용하면 편리하게 택시를 부를 수 있고 중간 등급인 컴포트 등급의 차량을 선택하면 러시아어를 못하더라도 불안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다. 물론 100~200 루블의 비용 차이는 조금  있지만 말이다.



  나름의 기준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 나 혼자 공항에 갈 때는 아에로 익스프레스를 이용하고 아내와 집으로 올 때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내가 혼자 공항으로 향할 때에는 짐이 없기 때문에 굳이 비싼 택시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코로나 시국이라 공항으로 향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서였다. 내 예상은 적중했는데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있던 열차 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였다.  


 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의 전광판에서 아내의 비행기가 착륙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절반은 초조하게  나머지 절반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내를 기다렸다. 앞서 도착한 키르기스스탄  발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들이 먼저 입국장에 도착했다. 오랜 기간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었는지 그들의 상봉이 절절해 보였다. 꽃다발까지 준비하고 가족을 기다리는 가장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의 빈 손이 조금 부끄러워진다. 가벼운 두 손 대신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줘야겠다.


세레미티보 공항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시간이 지나고 다소 지친 모습의 아내가 들어왔다. 아내의 손에 들린 가장 큰 짐을 받아 들고 환한 미소로 아내를 맞았다. 아내의 고단함을 알기에. 아내의 고단함을 일주일 전 나의 그것과 같지 않은가. 지친 아내를 위해 아내가 현지에서 사용할 통신사 유심 개통 정도만을 처리한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나의 염려와는 다르게 택시 기사님은 매우 친절하셨고 매우 편안하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내가 옴으로써 우리의 집은 진정한 집이 되었고 나는 퇴근 후 한국어로 일상을 재잘거리며 대화할 수 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이역만리 러시아 땅에서 2021년 새해를 맞게 된 우리는 작년 이맘때에는 전혀 상상도 못 하던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래도 새해니 떡국 비슷한 것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며 한국에서 가져온 인스턴트 사골육수와 다진 소고기, 현지 만두인 펠메니를 조합해 우리 식의 만둣국을 먹으며 새해를 축하했다. 러시아어로 새해를 축하하는 말인 с новым годом(쓰 노빔 고담)을 연신 외치면서.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되는 것은 없나


  시내가 아닌 공항에서 아내의 모바일 유심을 개통한 이유 중 하나는 시내에서는 영어가 잘통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나마 공항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그날 그시간대 딱 한군데의 통신사가 문을 열었고 직원의 영어가 유창해서 안심했다. 마치 영어가 나의 제2모국어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묘한 착각에 빠진 것인데 키릴문자가 지배하는 러시아에서 그 나마 익숙한 알파벳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름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이 완벽했다 자신한 나는 며칠 후 그 직원의 간곡한 연락을 받고나서 그것이 나의 착각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650루블 정도의 유심비를 안내고 와버린 것이다. 사실 나는 유심비 결제를 하려고 현지에서 만든 카드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해당 직원이 요금은 어플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중에 월 요금에 합산하여 지불하면 되겠구나 생각한 것이었다. 직원도 유심을 개통해주고 나서 해맑게 인사하고 우리를 보내줬으니 서로 즐거운 대화만 하고 할 일은 안한 것이다.


현지에서 많이 이용하는 은행인 스베르방끄

  

 다행히 직원이 아내의 휴대폰으로 연락을 했고 내가 현지 은행 어플을 통해 번역기를 돌려가며 650루블을 계좌이체 해줌으로써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참 외국살이는 쉬운 일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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