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유목민, 사미

사미 족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by 넙죽

사미족을 만나러가는 길


북극권에서 순록을 목축하며 사는 사미족이 있다. 현재는 대부분 그들도 도시에 살며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으나 그들의 삶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체험하기 위한 투어가 있어 경험해보기로 했다. 사미족을 만나러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눈이 쌓인 북극권의 숲을 가로질러 가야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볼 수 없는 야생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빽빽한 침엽수들과 흰 눈의 조합. 살면서 또 언제 이런 곳에 와보겠는가라는 생각에 두 눈과 카메라에 풍경을 열심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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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사미족이 실제로 사는 마을에 방문하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일종의 체험장을 통해 사미족을 만날 수 있었다. 일종의 상업화가 진행된 것인데 날 것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또 아이러니하게도 상업화가 되었으니 내가 쉽게 이들의 삶의 단편이라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험장에 들어서니 사미족 출신인 아저씨 한분이 우리를 맞는다. 이분이 이날 우리의 안내자였다. 젊으셨을 때는 꽤나 실력있는 무두장이셨다고 하는데 지금은 연세가 있으셔서 체험장 운영에 집중하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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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장 안쪽에 놓여진 우선 사미족의 상징물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장승과도 같은 생김새의 나무 조각들은 일종의 토템이었다. 각각의 토템이 물, 바람, 다산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북유럽의 또다른 민족인 바이킹들과도 그 문화가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북유럽의 신화가 정립되기 전까지는 이런 자연물에 대한 신앙이 이지역의 주요 신앙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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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템들을 지나 사미족의 주된 가축인 순록을 만났다. 순록들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는데 먹이에 진심인 순록녀석들이 너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통에 무척 당황했다. 순록은 이빨이 별로 없어 위험하지 않다고 주변에서 나를 진정시켰지만 위협적이었던 것은 정작 그들의 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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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의 뿔은 순록들의 멋진 외모를 완성시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과도 직결되어 있다. 자신을 지키는 무기이기도 하지만 어린 순록의 경우 뿔을 심하게 다치면 죽기도 한단다.


사미족들은 주로 순록을 통해 뿔과 고기, 가죽 등 생활에 필요한 자원들을 얻었다. 사미족들이 순록들을 길들이는 법 중 알려진 것은 소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소금은 체내 수분 조절에 필수인 존재이나 북극의 자연에서는 찾기 힘들다. 사미족은 순록들에게 소금을 제공하고 순록들은 소금을 주는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때때로 사미족은 순록들을 지키기 위하여 맹수들을 사냥하기도 하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자신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순록은 사미족의 귀중한 자산이기도 하므로. 사미족은 결국 생존을 위해 순록의 생명을 거두어가지만 그 전까지 순록들의 삶을 지켜주고 존중해준다. 개인적으로는 목축을 시작한 초기 인류의 삶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해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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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키들도 북극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개들이야 기본적으로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하지만 북극에서는 썰매까지 끌어주니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평소에 개를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허스키와의 가까운 만남이 짐짓 두렵기도 하였지만 워낙 온순하고 허스키쪽에서 적극적이었던 덕에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나보다 겁이 없는 아내는 허스키들과 잘 놀아주었고 아내의 주변으로 허스키들이 몰리기도했다.


북극의 동물들을 만나고 사륜구동 바이크를 체험해봤다. 원래는 스노모빌이나 개썰매, 순록 썰매 등을 경험해야하지만 이날 워낙 눈이 많이 녹아서 부득이 대체되었다고 한다. 평소에는 이지역의 온도가 영하 20도이기 때문에 눈이 많이 녹지 않는다고 하는데 최근 이상기온 때문인지 부쩍 따뜻하다고 한다. 외지인인 내 기준에선 충분히 춥지만 말이다. 기후변화가 일상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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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륜구동 바이크는 온전히 내가 운전해야 했는데 액셀이 어디 있는지 핸드 브레이크가 어디있는지 정도만 교육받고 바로 투입된다. 운전면허도 있고 한국에서도 제법 자동차 운전을 많이 해봤으니까 긴장은 되면서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막상 운전을 하니 포장도로와 다르게 핸들이 내 마음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역시나 커브를 제대로 돌지 못해 눈더미에 바이크가 끼어 오도가도 못하게 되어 사미족 아저씨에게 구출되었다. 구출된 후 아내가 자신이 운전해보겠노라며 운전대를 가져갔다. 한국에서는 면허는 있어도 실제 운전은 무섭다면서 차를 몰지도 않는 아내가 이날따라 왜이리 용감하던지. 사륜구동 바이크는 나보다 더 매끄럽게 운전하더라. 이래저래 나로서는 면이 서지 않는 날이었다.

투어를 마치고 간단한 음식이 제공되었다. 제공된 음식은 따뜻한 차가버섯 차와 연어국이었다. 차가버섯의 효능은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기에 나도 종종 사서 마시고는 한다. 신체 장기들을 건강하게 해준다는데 특히 항암효과가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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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제공된 연어국은 모스크바 시내에서 먹던 생선국 우하보다 더 맑고 심플한 느낌이다. 자연 상태의 연어는 기생충이 많기 때문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처럼 연어를 훈제해 먹거나 이처럼 수프형태로 요리해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흔히 즐겨먹는 연어회는 대부분 양식이고 기생충 관리에 철저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되지만 말이다. 전반적으로 담백하고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이었다. 이 간단한 식사를 마지막으로 나는 다시 야생에서 도시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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