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포프의 영지, 아르한겔스코에

라스푸틴의 최후와 얽혀 버린 그 가문

by 넙죽

대귀족의 영지, 아르한겔스코에


어느덧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이제 다시 모스크바스러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지만 날씨가 춥고 길이 미끄러워 먼 곳에 방문하기는 어려운 계절이 되었다. 평소에 열심히 하던 출근 전 조깅도 날씨를 핑계삼아 안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말이다. 일을 하지 않는 주말에 조금 더 늘어져 있고 싶은 마음도 한 몫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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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국에 돌아가기 얼마 남지 않아서 기억 속에 하나의 추억이라도 더하고픈 마음에 러시아 지도 어플을 켜서 열심히 검색해보았다.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아르한겔스코에라는 멋진 곳이 있었다. 대중교통으로야 가기 힘들겠지만 택시를 타면 집에서 20분 남짓인 곳.


모스크바 정착 초기에는 택시 하나 부르는 것을 어려워 하며 그냥 마음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라고 하며 열심히 모스크바 교통카드인 트로이카를 닿도록 사용했지만 지금은 어플을 켜 크게 길이 막히거나 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면 고민 없이 택시를 탄다. 지방도시에서도 택시를 많이 타보았기 때문인지 택시를 잡는 것이 매우 익숙해져서 모스크바 시내에서 택시를 타는 것은 매우 간편해졌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택시를 거의 타지 않지만 모스크바에서 훨씬 택시를 많이 타는 느낌이다. 곧 한국에 가게 될텐데 편안함에 너무 젖어있는 것 같아서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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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노프 황가시절 대귀족이었던 유스포프가문의 영지였던 이곳, 아르한겔스코에는 총각시절 방문했던 베르사유를 떠오르게 하는 곳이었다. 베르사유를 방문한 것도 이때쯤이었으니 비슷한 계절감이 주는 기시감일지도.


유스포프라는 가문의 이름이 익숙하다면 러시아 역사에 조예가 깊은 사람일 것이다. 러시아에서 부유하고 또 명망높은 귀족가문이기도 하며 로마노프가의 차르, 니콜라이 2세 재위 시절 수도승인 라스푸틴의 암살을 주도한 것이 바로 이 가문의 일원인 펠릭스 유스포프 공작이었다.


아내는 이곳을 둘러보며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배경이 이런 곳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러시아를 잘 알게 되기 전에는 소련과 공산주의로 대표되는 이미지만 머리에 있었다면 러시아의 궁전들과 영지들을 둘러본 이후에는 이곳이 혁명 이전에는 매우 귀족적인 나라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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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는 전체적으로 작지만 그래도 알찬 느낌이었다. 메인 궁전을 포함한 부속 건물들, 영지의 공간을 채우는 크고 작은 조각상 및 조형물들은 러시아 귀족의 삶을 느끼기에 좋은 구성이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이 영지를 이제야 만나본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동시에 지금이라도 만나본 것이 또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안도감도 느낀다. 영지의 식물들이 한껏 자신들의 존재감을 뿜어낼 봄이나 여름에 오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나 이 또한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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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를 흐르는 강가도 거닐어보고 영지 옆 작은 정교회 성당도 방문하며 마음의 평온을 만든다. 1년간 살며 지겹도록 본 정교회 성당이지만 갈 때가 되니 또 새로운 모습이 보이고 왠지 모르게 정답다. 언젠가 그리워질 것을 알기에 보고있어도 그립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до свидания!'(다 스비다니야)


'언젠가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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