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의 매혹, 쿠스코보

아듀 모스크바

by 넙죽

모스크바와의 작은 이별 여행


모스크바를 떠나기전 맞는 마지막 주말이다. 무엇을 할까 골똘히 생각한 결과 결정한 곳은 쿠스코보 영지였다. 지인분 몇분이 여름이나 가을에 가보라고 권유해주신 곳이기는 했지만 다른 곳들을 방문하느라 아쉽게 계속 후순위로 밀렸던 곳. 이곳이 후순위로 밀렸던 이유는 집에서 멀고 가는 길이 비교적 복잡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교외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는 여정. 그러나 이제 그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추억을 쌓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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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교외로 가는 기차를 타니 마음이 설렌다. 실제로는 몇정거장 가지 않는 짧은 여정이지만 기분이라도 내본다. 쿠스코보에 도착하니 눈꽃이 가득 피었다. 바닥에 쌓인 눈 때문에 발은 얼고 걸음은 더디지만 눈이 호강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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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의 끝에 원색으로 칠해진 건물의 군상이 드러난다. 전에는 왜 러시아는 건물 외관을 원색으로 칠하는가에 대하여 궁금했는데 일년정도 산 경험을 비추어 볼때 해가 거의 뜨지 않는 겨울의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라고 추론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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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보는 세레메티보 백작 가문의 영지였기 때문에 이곳의 건물들과 정원은 모두 그들의 것이었다. 세레메티보 가문은 표트르 대제 때 스웨덴을 상대로 군사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고, 또 부유하기로도 남부럽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쿠스코보 영지를 차르의 궁전 못지 않게 화려하게 만들기를 원했고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 같다.


백작의 궁전을 포함한 부속 건물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러 궁전들 못지 않게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세레메티보 가문은 주로 시내에 머물며 쿠스코보를 일종의 여름 휴양지로 사용했는데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파티나 행사 등의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여름에 이곳을 방문했으면 더 아름다웠겠지만 겨울의 설경도 꽤 아름다웠다. 그리고 여름에는 이곳을 찾아올 엄두를 낼 만큼 러시아 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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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임에도 굳이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또 있었는데, 우리가 모스크바에서 한국으로 갈 때 이용할 공항 이름이 바로 세레메티보 공항이기 때문이다. 세레메티보 가문을 딴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가니 마지막 방문지로 세레메티보 가문의 땅을 한번 밟아보자는 의미도 있었다. 크게 논리적이지는 않은 이유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덕에 아름다운 설경도 보고 이곳의 생활에 대한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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