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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넙죽 Oct 09. 2023

러시아 정교회의 현재

러시아 정교회는 현재진행형

러시아인들의 구심점으로!


소련을 대표하는 공산주의의 시대를 겪었음에도 러시아 내에서 정교회는 끝까지 살아남았다. 종교를 부정하는 유물론에 기반한 공산주의 정권은 공식적으로 정교회를 탄압했지만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개인적으로 정교회 신자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현대에는 무신론의 대두로 인하여 젊은 이들 중 정교회를 믿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적어도 정교회가 러시아인들의 정신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에 반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생활 깊숙히 정교회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고. 그만큼 러시아 내 곳곳에 정교회 성당이나 수도원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지역의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우리 동네 작은 성당에서도 일요일 오전마다 종소리가 울리면 사람들이 성당으로 모여들고는 했다.


 국가적으로도 정교회의 역할은 크다. 특히 애국과 관련된 부분에서. 러시아는 우리처럼 징병제 국가이며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1년 정도의 군생활을 해야한다. 우리보다 복무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젊음의 한때를 국가를 위해서 희생해야하는 부분은 같다.



 

 군필자로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모스크바 근교에 일종의 군인 성당 같은 곳이 있다. 성당의 이름은 예수부활성당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기능은 호국성당에 가깝다. 군인들의 희생과 영광을 주된 테마로 하며 러시아로서는 조국전쟁, 다른 유럽국가들에게는 2차 세계대전 중 동부전선의 전투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그 당시도 그러했지만 지금도 러시아는 전쟁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국가이기 때문에 군인들의 희생은 더욱 중요하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생명과 시간을 희생시키도록 할 수 있는 가치 그 가치의 근간을 조국과 정교회가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카키색으로 칠해진 예수부활성당은 군복을 입은 군인을 연상케하고 성당 뒤에 있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동상은 군대에 간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어머니를 상징한다. 러시아 정교회가 국가의 이념으로, 또 러시아인들이 국가를 계속해서 어머니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러시아 정교회의 영광은 현재진행중


 거대하고 웅장한 성당을 짓는 일은 먼과거의 일인 경우가 많다. 짧게는 몇년에서 길면 몇백년이 걸리는 긴 공사기간과 그 공사에 들어가는 많은 인력과 자원들은 현대에도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 그만한 공을 들일 만큼 정신적인 가치가 중시되는 시대가 아니게 된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과거 유럽에서는 마을과 도시의 중심에 있는 성당이 그 곳의 정체성이고 생활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공간이었다. 지금도 관광지나 랜드마크로 기능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에 저렇게 거대하고 화려한 성당을 짓는다는 것은 아무리 건축기술이 발달했어도 매우 부담스럽고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만큼 그 종교가 그 사회에 중요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러시아에게는 정교회가 이러한 희생과 노고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큰 존재인가 보다. 거대하고 화려한 성당을 다시 지어낼 정도로 말이다. 모스크바 근교 이스트라에는 새로운 예루살렘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러시아어로는 노뷔 예루살렘이다. 정교회의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을 러시아에 재현이라도 하겠다는 배포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부심이 허세가 아님을 또 증명해냈다.


 

 중앙 성당을 포함한 경내는 매우 화려하고 거대했다.  러시아에 살면서 거의 보지못한 천문학적인 자릿수의 돈이 들어간 성당이지만 정교회 신자들에게 성지로 여겨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자본과 물질이 세상을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아직까지 정신문화가 중시되는 사회가 유지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또 부러웠다. 아직까지 돈이나 물질 보다 영혼을 맑게해주는 무엇인가가 더 대우받는 것이. 어떤  이의 마음이 아픈 것에 대해 누군가는 마음을 기울이고 그 회복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



 러시아에 고작 일년 정도 살았으면서 건방지게 러시아에 대해서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따뜻함이 살아있고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있는 그들이 고맙고 그리웠다.


  큰 개를 무서워하는 내가 길을 가로막고 있는 개 때문에 머뭇거리며 길을 건너지 못할 때 자기랑 같이 건너자며 말을 먼저 걸어준 애엄마, 장거리 기차를 탈 때 침대칸에 매트리스를 어떻게 깔고 담요는 어디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준 옆자리의 아주머니들, 길을 못찾고 여기 저리 배회하고 있는 우리를 건물안에서부터 눈여겨보다 직접 나와서 길을 찾아준 러시아 형님 등 이 따뜻한 사람들을 나는 그리워 할 것이고 한국에서 어떤 러시아인이 길을 잃고 헤맨다면 먼저 말을 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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