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대만에 이주하기 전, 아니 더 나아가 포르투갈인들이 이 섬을 처음 발견하기 이전에도 대만에는 원주민이 존재하였다. 비록 하나의 국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부락 단위로 공동체를 이루며 그들의 삶을 영유하고 있었고 대만의 주인은 그들이었다. 그러나 대만의 지배세력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그들의 존재는 희미해져 현재는 그 명맥이 간신히 이어지는 듯하다. 원주민들이 새로운 이주민들에 의해 그들의 땅에서 밀려난 역사는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백인들에게 그들의 땅을 빼앗겼듯이 대만의 소수민족들도 포르투갈인에게, 중국인에게, 일본인에게 그들의 터전을 빼앗겼다. 대만의 소수민족들은 대만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다행히도 내가 방문한 타이베이 근교에 우라이라는 곳에서 이들 대만 원주민의 문화를 느껴볼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가보기로 했다. 타이베이에서 버스로 40여분을 가면 우라이에 닿을 수 있다. 우라이는 아주 깊숙한 심산유곡에 위치해 있었다. 원래 이 곳은 온천으로 유명한 곳으로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탄산수로 이루어진 온천이라고 한다. 벚꽃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해 봄철에는 많은 관광객이 우라이를 방문한다. 그러나 내가 방문한 때는 초여름에 가까워 아쉽게도 벚꽃은 볼 수 없엇다. 하지만 우라이 자체가 워낙 이국적인 풍경을 가지고 있는지라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이 곳 우라이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은 대만의 수많은 원주민들 중 아타얄이라는 민족이었다. 이들은 뛰어난 사냥꾼이었고 덫이나 사냥개 등을 통하여 수렵생활을 영유했다고 한다. 대만에서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삶을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대규모로 이주해 온 중국인들 보다 그 수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소수민족으로 전락하였고 보통의 소수민족들이 그러하듯이 소외되고 배척받아왔다고 한다. 일본 식민통치 시대에도 일본은 중국계 대만인들에게는 비교적 관대했던 반면 이들 원주민들은 철저하게 착취하고 탄압했다고 하니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비록 이들이 현재 대만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두드러지지도 않아 우리의 관심사 밖에 있지만 그들도 엄연한 대만의 구성원이며 대만 문화의 한 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