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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죽의 대만여행-타이베이 4-4

일본의 식민지배, 그 상반된 기억

by 넙죽

일본의 식민지배, 그 상반된 기억


대만 곳곳을 다니다 보면 수많은 일본제품과 일본어로 된 간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그 어느 나라의 음식점 못지않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일본요리집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광경을 마주할 수 있지만 일본이 우리에게 애증의 관계인 것과는 달리 대만인들은 일본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식민지배를 받은 우리나라나 식민지배는 받지 않았지만 일본에게 굉장히 많은 고통을 받았던 중국 본토의 격렬한 반응과는 굉장히 상반된 반응이다. 심지어 일본의 노년층 중에서는 중국어는 전혀 하지 못하고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능숙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쩌면 대만 내의 수많은 일본어 간판 들은 일본인들을 위한 것이 아닌 내국인용인지도 모른다. 최근까지도 중국에 복속되는 것 보다 일본의 한 현이 되기를 희망하는 반응들도 상당하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노릇이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반응이 이토록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가장 큰 이유로 민족국가의 부재를 들고 싶다. 정성공 시기에 잠시 독자적인 세력을 유지한 적은 있지만 대만 역사를 통틀어 볼 때 우리나라나 주변국들처럼 단일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민족국가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한 반감이 적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랫동안 단일 국가를 이루어 왔고 중앙집권의 정도나 문화의 일체성이 꽤나 높았기 때문에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극렬한 저항이 있었다. 이에 비해 대만은 원주민 문화가 있었지만 부족국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며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서구열강의 지배를 받아왔기에 일본의 통치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라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그 반감이 적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전 통치세력과는 달리 일본은 학교, 병원, 철도 등을 대만에 들여옴으로써 대만의 근대화에 도움을 주었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본질적으로 일본이 대만의 근대화를 시도한 것이 그들의 통치를 간편하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하더라도 수탈만 하고 대만인들의 생활에는 도움을 주지 않았던 종전의 통치 세력들에 보다는 훨씬 낫게 느낀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50년에 이르는 통치기간은 수세대를 아우르는 긴 시간일뿐더러 일본의 문화나 통치에 동화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대만인이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정성공의 외가가 일본이라는 점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또한 대만의 성공적인 식민지화가 일본이 제국주의 열강으로서 거듭나는 데에 중요한 교두보였기에 더욱 더 통치에 공을 들인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식민통치와 그로 인한 일본 문화의 유입은 대만의 발전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으며 대만인들의 정체성에도 상당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타이베이 중앙역

스펀 기차역
초기의 철도는 이런 형태가 아니었을까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80301101305_0_crop.jpeg 일본이 철도를 건설한 것이 정말 대만의 발전을 위해서였을까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80301101348_2_crop.jpeg 대만 번영의 상징인 101 타워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하여


일본이 자신들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론 중의 하나가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다른 피지배 국가들의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다는 논리인데 사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물론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하면서 철도나 학교, 병원 같은 근대시설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것이 온전히 피지배 국가의 국민들을 위한 것이냐라는 것이다. 사실 그들이 근대 시설을 많이 들여온 것은 그들의 통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함이었으며 피지배 국가로 이주한 그들의 국민들을 위함이 더 컸다. 단순한 수치적인 비교만을 한다면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피지배 국가들의 근대화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지는 모르나, 피지배 국가들은 그들의 지배와 그들이 주는 근대화를 원한 바 없다. 특히나 우리나라나 중국과 같이 일본에 의해 많은 피해를 본 국가들에게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은 많은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이론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만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대만인의 입장에서도 우리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저 같은 경험에도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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