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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Oct 10. 2023

무의식의 숨, 의식의 결을 품다.

[아트컬렉션 입문기] 돌가루의 흔적 그 자체의 순간에 집중한 김근태 작가

 내가 회화들 중 단색화를 구분해 내는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한국 단색화는 1960년대 후반에 등장해 1970년대에 큰 인기를 얻게 된 추상 미술 운동이다. 주로 한 가지 색상을 사용해 작품을 표현하고 미니멀한 미학을 추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철학적으로 심오하며,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개념적으로 독특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의 이름을 언급하면 나 같이 관객의 입장에서는 훨씬 쉬운데 김환기, 이성자, 정창섭, 윤형근 등의 작고한 작가를 포함해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이우환 등의 건재한 거장들이 이 영역의 대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Art2&document_srl=3333710)


 김근태 작가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돌가루라는 재료를 활용해 단색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비어있다, 공하다라는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거듭된 칠, 매 순간 새롭게 삶이 태어난다고 믿는다는 작가. 함께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계속 바라보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비슷한 감흥을 전달하는 분청, 백자, 항아리 등에서도 만든 이의 비슷한 마음을 느낀다는 작가는 비워진 안쪽 공간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는 언급이 있다.


 이제까지 학습하고 경험했던 것들을 어떻게 "지워나갈 수 있는지" 고민한다는 작가의 인터뷰는 나로 하여금 명상으로 이르고 싶은 곳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결국 대부분 내 마음이 움직인 작가들의 방향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으나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김근태 작가의 인터뷰 내용 역시 "순간에 집중한다."라는 내용이 반복된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강렬한 인상과 존재감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그림도 좋지만 이렇게 느리지만 천천히 마음에 자리를 잡게 되는 그림도 좋다.


김근태 작가의 개인전 및 작품 관련 인터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MG5beL88Lig

https://www.youtube.com/watch?v=UKqqw_SnJEc


 두 번째 컬렉션은 침실에 두었는데, 이 역시도 선배 컬렉터의 조언 덕분이었다. 이상하게도 저 그림은 늘 평온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했다. 역시 그랬다. 고요한 힘을 가지고 있다.



 무의식의 숨과, 의식적으로 행위하는 붓칠이 만들어내는 결에 대해 고민한다는 작가의 설명을 들으니, 내가 왜 저 작품 앞에서 숨을 다시 한번 의식하고 숨을 천천히 고르게 되는지 이해하게 된다.


 불안이 엄습해 오는 그 순간, 우리는 우리의 숨의 상태에 변화를 느낀다. 나는 그 숨이 정신을 지배하는 그 위력에 대해 누구보다 몸소 느끼기도 했다. 정신의 상태가 숨에 반영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숨을 고르는 일이 정신을 다시 가라앉히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이 유기적인 연결이 일정한 템포를 유지할 수 있는 힌트를 주기도 한다.



+

 이번 컬렉션들에 대한 리뷰를 위해 작가들의 작업 과정과 작업 공간이 담겨있는 인터뷰를 찾아보며 느낀 것은 가능하다면 새로 만나게 될 공간에서는 층고를 높여 한눈에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튜디오 같은 공간이어도 좋겠다.


공간에 대한 영감을 준 김근태 작가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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