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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Oct 13. 2023

잠시 언어를 잃어보시겠습니까?

후회를 멈추는 유일한 방법, 명상

오늘의 글은 오늘자 매경신문에 실린 동국대 윤재웅 총장의 에세이를 발췌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다.


미국 뉴욕의 공립 유치원 및 초중고교 학생들은 이번 가을부터 하루에 2-5분간 동양의 호흡명상을 배운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불안해진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뒷받침했다.

 이제 명상은 수행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에게든 개방돼 있다.

명상의 기본은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는 것이다. '마음 챙김 호흡법'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전통 불교 수행 과정이었다. 오늘날은 수행자뿐만 아니라 의사와 심리 상담사들도 명상법을 도입해 정신건강 치유에 활용하고 있다.

 명상은 몸의 체험이다. 앉아서 숨을 고르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며, 걷기나 춤을 통해 심신의 안정과 평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명상은 언어와 잠시 이별하는 것이다. 인간 고민의 대부분은 언어영역에 속해 있다. 언어를 끊으면 일단 고민의 내용이 사라진다.

 언어는 대상을 가리킨다. 가리키는 대상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분별이 생긴다. 분별은 동전의 앞면에 지혜를 새기지만 그 뒷면에 갈등을 함께 새긴다.

 명상은 언어의 폐해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분별을 잘할수록 칭찬받았다. 그렇기에 분별을 점점 더 선명하게 하는 쪽으로 우리의 뇌와 행동양식을 강화해 왔다.

 이 에세이에서 설명하는 분별의 특징은 상대적 개념을 탄생시킨다는 것인데, 선이 있으면 악이 있고 미가 있으면 추가 있으며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분별은 지혜인 동시에 갈등인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것들에 가열차게 꼬리표를 달고 명명하는 것에 혈안 되어있을 때 탄생하는 언어들의 대부분은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좌빨, 친일, 보수꼴통, 악플 등의 단어들이 그렇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때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리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적 분별로 내가 잘남을 끊임없이 드러내어 왔다는 것을. 그 모든 분별은 이제 우리에게 후회라는 것으로 남아있음을.


 이런 후회를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잠시 언어를 잃어보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갈 필요도,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이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멈춰 언어를 잃고 우리를 보호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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