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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Dec 22. 2023

화이트 동짓날

동짓날은 핑계고~ 팥죽팥떡 마음껏 먹는 날

 冬至 - 겨울에 이르렀다, 혹은 지극히 겨울이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동지. 365일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밤이 가장 길다는 이야기는 오늘 이후엔 더 이상 밤이 더 길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긴긴밤의 시기가 끝난다는 의미. 결국 동지는 가장 깊은 겨울인 동시에 낮이 길어지는 "변곡점"의 역할을 한다는 것. 어른들이 동짓날 지나 철학관 가야지. 새해 운세 보러 가야지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여전히 한참 겨울인데 왜 운세를 보나 했더니 이미 날의 길이로 해바꿈을 느낀다는 지혜로운 판단이었던 것. 그래서 동지를 '작은 새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아직은 23년을 보낼 준비가 채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구식 인간이니까 운 좋게 오늘은 무시루떡을 얻어먹었다. 해가 바뀌는 절기의 변곡점에 악귀를 쫓고 가정에 건강과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민간 신앙을(... 중략...) 믿어서... 라기보다는 그저 동지 때는 빠뜨리지 않고 팥죽을 챙겨 먹고살아서랄까.


 엄마가 손수 쑤어주던 팥죽은 어느새 절에서 함께 쑤어 가져오는 것으로 간편하게 바뀌었지만 절간에서 만드는 쌀알팥죽의 적당히 불어 투박해진 슴슴함도 좋았다. 어쩌다 새알심이 어금니에 붙어 쩍쩍 늘어나면 그 식감이 재미있어 한참이고 씹어 삼키던 겨울밤. 이젠 나이만큼 새알심을 먹다가는 날이 다 샐 일이다. 오늘은 멥쌀 비율이 높은 시루떡을 먹었으니 그런대로 괜찮다.


 동짓날 눈이 오면 풍년이라던데. 앞 뒤로 눈이 왔으니 부디 내년엔 뭐든 다 풍요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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