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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Dec 26. 2023

토란잎 위에 이슬 굴러가듯 시간이 흘러간다.

세월이라는 속도에 가속이 붙는 일

 오늘 [서재방]이라 편히 부르는, 책을 함께 읽는 단톡방에서 오랜만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온 B가 저녁 즈음 카톡을 보냈다. 저녁 모임을 하고 밖에서 걸어오느라 언뜻 보고 지나친 글이었는데 집에 와 찬찬히 읽어보니 뭔가 마음이 멈추는 글이었다.


"부모님과 저녁 먹고 들어왔는데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이 마음에 남아요. 아버지 젊었을 때 할아버지께서 인생이 토란잎 위의 이슬 같다고 말해주셨다는데 젊었을 땐 그 말의 의미가 뭔지 모르셨다가 지금의 나이가 되니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다고. 그러시더라고요."

- B의 문자


 음.. 토란잎이 뭐지? 이 무지렁이는 토란잎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문맥상 생각했을 때 나는 내 학습과 경험 안에 있는 것 중 가장 비슷할 거라 생각되는 호박잎을 떠올렸다. 삶기 전엔 솜털이 억세서 워터프루프의 기능도 할 것처럼 저항계수가 낮아 보이는 은빛 광택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


그렇게만 생각하고 구글링을 했는데...


 토란잎이라는 친구는 내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었다. 당구공만 한 물방울을 품고 있다니. 아마 B의 할아버지는 어릴 적 오며 가며 이런 물방울을 많이 보며 자라셨을 것 같다.


좀 더 TMI로 ChatGPT에게 토란잎에서 이런 물방울이 맺히는 이유에 대해 물으니

토란잎에서 물방울이 잘 생기는 이유는 두 가지 주요 특성 때문입니다. 첫째, 토란잎은 1-옥타코사놀로 이루어진 왁스 성분이 표면에 존재하여 물을 밀어내는 성질, 즉 방수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왁스는 작은 돌기 형태인 유두를 형성하는데, 이 유두들은 마치 마이크로 크기의 기둥처럼 물방울을 지탱하여 잎 아래에 직접 닿지 않게 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과학자들에 의해 재현되어 초발수성 표면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토란잎의 구조를 연구한 인도 Bombay 공과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잎이 나노스케일에서 보일 때, 벌집 모양의 구조가 보이며, 이 구조의 벽은 비늘처럼 생겼습니다. 이런 미세구조는 물방울이 표면에 적게 닿게 만들어, 물방울이 덜 당겨지고 둥글게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어서, 물이 잎에 닿자마자 쉽게 구르고 맺히게 됩니다.


 뭐... 그렇다고 한다. 성분과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토란잎은 큰 물방울을 제법 잘 모으고, 그 물방울을 잘 흘려보내는 것이었겠지만. 얼마나 흐르는 세월이 야속했길래 저 물방울이 굴러 떨어져 흙으로 스미는 모양을 떠올리셨을까를 생각하니,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내가 지금 느끼는 속도보다 점점 더 빨라질 것이 예상되었다.


 B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 에피소드를 적는 이유는, 내가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세월이 토란잎 위의 물방울 떨어지는 속도와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오늘의 일을 떠올리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점점 이 속도에는 가속이 붙을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멈춰지거나 후진을 할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럴수록 더더욱 우리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그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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