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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Jan 08. 2024

가장 보통의 사람의 좌절, 기안 84의 마라톤 완주

그의 완주에 울컥해 버린 이유가 뭘까

 오늘 하루종일 프로젝트 오픈하느라 정신없이 이것저것 신경 써야 했는데, 머리가 한쪽으로 과부하가 오게 되면 전혀 상관없는 콘텐츠로 쿨다운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추천되었는지 작년 여름쯤 기안 84가 마라톤 완주하는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엔 '어휴 저 철딱서니가 뭘 또 하나보다.' 예전 같으면 바로 다른 걸 틀어버렸을 텐데. 태어난 김의 세계일주를 보고 난 뒤로는 그를 관찰하는 일에 조금은 인내심이 생겼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 그의 마라톤 에피소드에서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고 다시 일어나고 하는 기안 84를 보며 감동을 받는 나를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화면에서 보이는 기안 84는 늘 적당히 건강했다. 


그래도 마라톤 42.195를 완주하기에는 많이 건장한 몸무게였던 모양인지, 몇 번이고 주저앉고 택시를 부르고 싶었다고 했다. 


패널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울컥했던 순간이 지쳐 자리에 멈춰있는 기안 84 앞을 지나가던 시각 장애인 러너였다. 


앞에 있는 자원봉사자의 팔에 묶인 끈에 의지해 계속 뛰던 광경이 그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 하나의 힘이 되었고, 그의 지침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 응원하며 같이 뛰어준 그의 동료들 덕에 기안 84는 기어이 완주를 하게 된다. 


그의 완주 기록

4시간 47분 08초


기념품이 들은 까만 봉지에 들어있는 완주메달을 보더니 실성한 듯 껄껄대는 기안 84



그의 완주가 기분 좋았던 이유는 "내가 나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분명히 그가 곰팡이 핀 귤을 골라 담금주를 만들 때도 그의 위생관념에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하며 '아무래도 저 사람은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봤는데...


사실 그는 본업에서 성공을 거두고 더 나아가 직원들을 뽑아 월급을 주며 비즈니스적인 운영 능력이 있는 어엿한 사장님이며(정말 대단한 일) 2023년에는 유재석이며 전현무와 같이 쟁쟁한 사람들을 제치고 대상을 거머쥔 예능인이기도 하다. 태어난 김에 막사는 사람이라고 힐난하기에는 대단한 성공을 이룬 사람이라는 것.


그래도 그는 그 자리에서 사치를 하거나 뭔가 그 상황에 도취되는 대신 1년 연장한 집의 암막 커튼을 대충 달고 운동화를 사신고 마라톤 연습을 하는 그냥 보통 사람의 시간을 보낸다. 


나 혼자 산다 프로를 의인화를 한다면 영락없이 기안 84 그 자체가 될 것.


발을 땅에 붙이고 사는 범인, 계속해서 작게도 크게도 뭔가를 계속해서 성취하는 사람, 또 동시에 그 과정을 즐기는 사람.


그를 향한 오락가락하는 마음이 나조차도 복잡하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오 그래도 저 사람 한다면 하는구나. 보통 아니야. 그래서 성공했겠구나 하다가. 그를 향한 나의 평가 역시도 좀처럼 안주할 수 없도록 속단하지 못하게 변화무쌍하게 사고를 치는 사람.


나는 그가 여전히 좌충우돌, 우당탕탕, 태어난 김에 사는 사람처럼 살 길 바란다. 

그런 김희민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기도 하고 응원을 느끼기도 할 일이다.


그의 갠지스강 맛보기를 보며 충격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자유로움에 빠져들어 인도로 훌쩍 가방 하나 들쳐매고 떠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마라톤 완주를 보고 내일부터 뛰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보통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인생을 산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존심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또 보다가 수건에 코 풀고 그러면 킹 받겠지만.


놀라울 만큼 대단하다가도 어이없게 한심한 김희민의 내일을 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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