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eK Jan 29. 2024

Last one is mine!

마지막 거 내 거! 과잉 배려의 한국 문화 속 유쾌한 해결책

음식을 준비하는 때에는 몇 명이 둘러앉아 각 몇 조각의 음식을 나눠먹을지에 대해서는 고려하게 되지 않기 때문에 서버분이 모든 음식을 센스 있게 소분해 주는 중식당이 아니라면 늘 어느 자리에서든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씩' 남는다.  or 하나씩 '남긴다.'


 이웃나라 중국의 식문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음식을 일부러 완전히 비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테이블 매너다. 중국에서 일하던 시절, 계약을 성사시키고 기쁜 마음으로 클라이언트가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이미 몇 십 가지의 산해진미가 모두 나오고 달달한 디저트까지 테이블을 채우고 남은 음식들이 뱅글뱅글 폭탄 돌리기처럼 돌기 시작했음에도 음식이 비워지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계속 추가로 주문해 테이블을 채우던 기억이 난다. 기필코 융숭한 대접을 마무리해야 하기에 추가로 주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중국인과, 대접한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 남기지 않으려고 무리해서 음식을 욱여넣는 동방예의지국 한국인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결국 그 싸움은 주문한 자의 승리로 끝났고 터지기 직전의 위를 움켜쥐고 걸어 나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음식이 완전히 비워지면 제대로 대접했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끝을 알리는 표시로 음식을 일부 남긴다고.


나는 집에 손님이 오면 음식 양이 자신의 평소 식사량보다 많아 부담스러울 일을 걱정한다. 나도 손님으로 가는 자리에서는 평소보다 많이 먹는 편이다. 평소처럼 먹으면 굉장히 무례한 사람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이 많은 남자들도 이미 양이 찼거나 혹은 입맛에 맞지 않음에도 남기지 않으려고 무리할 일이 걱정되어 늘 여분 플레이트를 꺼내두고 덜어먹을 수 있게 하는 편이다. 그러고 나면 모두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고 믿는다. 그렇더라도 직접 만든 음식에 대해서는 맛이 괜찮은지, 간이 싱겁지는 않은지 손님의 얼굴을 살피고 약간은 긴장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건 그런대로 괜찮다. 문제는 디저트. 지난 주말 초대 자리에서 식사 후 둘러앉아 찻자리를 가지며 다식으로 말린 대추칩을 내어놓았는데, 계속해서 하나만 남는 현상이 너무 웃겼다. 이미 부부인 그들 조차 서로에게 양보를 했거나 체면을 차렸거나 아니면 의례 아무 생각 없이 그게 익숙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레 이 '마지막 조각'에 대한 이야기가  찻자리의 수다 안주로 올랐다.


손님들이 돌아간 후 곰곰이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 먹고 싶지만 남이 먹고 싶을까 봐

- 마지막 조각을 비워내는, 식탐 많은 혹은 이기적인 사람으로 마무리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아서

- 그냥 소심해서

- 왠지 오늘 먹부림에 대한 죄책감을 덜고 싶어서 


등등...


어쨌거나 참 피곤한 문화다.


그때 떠올린 아주 귀여운 공예품. 킨츠기 수업을 들을 때 작가님은 공방 뒤편에서 차를 끓이고 그에 맞는 한입거리를 같이 주시곤 하는데, 그때 같이 나온 디저트 포크에  "Last one is mine"이라고 적혀있었다. 



과잉 배려를 유쾌함의 소재로 승화하는, 위트 있는 예술



과잉 배려와 눈치 게임으로 점철된 한국인의 식탁을 유쾌하게 풍자하고 그 마지막 조각을 당당히 먹을 수 있는 당위성까지 부여해 주는 재밌는 소품이다. (이밖에도 '제일 큰 거 내 거!', '첫 입은 내 거!', '다 내 거!' 등의 시리즈가 있다) 소심하거나 배려가 몸에 밴 친구들을 초대해 놓고 내어놓으면 꽤 재밌을 소품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금 덜 배려하는 친밀함과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의 유쾌한 무례함이 아닐까. 

마지막 한 조각을 엉덩이를 씰룩대며 먹는다고 해도 하나도 밉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정말 기쁘게, 맛있게 먹어주면 그렇다. 그 의도가 선하면 그렇다. 인간관계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다가는 정말 끝이 안나는 경우도 있다. 


미팅 후 흔한 '네버엔딩' 마무리 인사 


A: 네 들어가세요~

B : 네 먼저 가셔요! 가시는 거 보고 갈게요! 

A : 아유 아니에요 먼저 가셔요 추운데- 

B : 아 그럼 요 앞까지만 나갈게요~ 아이 참 얼른 차 타셔요- 

A : 네네 그럼 오늘 즐거웠습니다! 

B: 네 알겠습니다! 

A : 그럼 안... 안녕!!!


그러거나 말거나 음식이 마지막 한 입까지 너무 맛있으면 이런 문제가 좀 덜하다고 생각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체면을 차리는 마음보다 더 이 음식을 먹어버리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렬해질 테니 :-)









#한국식문화 #음식 #테이블매너 #배려





작가의 이전글 회사 2호 명함 & 인생 두 번째 명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