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쓰는 사람들의 벗이자 보배
글씨 쓰는 사람들의 벗이자 보배
문방사우(文房四友)는 서예나 동양화에 필요한 종이(紙), 붓(筆), 먹(墨), 벼루(硯)를 가리킨다. 문방사보(文房四寶)라고도 한다. 문방사우, 문방 사보라 이르는 붓, 먹, 벼루, 종이는 글씨 쓰는 서예인들의 네 가지 벗이자 보배라는 말이다. 위 그림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문방사우도(文房四友圖)인데, 김 화백은 문방사우를 주로 그렸다고 한다. 원래 문방(文房)은 문인(文人)의 서재를 문방이라 하는데, 점차 문방이 그곳에서 쓰이는 도구를 가리키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그런 문구재료를 파는 곳을 문방구라고 불렀던 것이 기억난다.
갑자기 뜬금없이 문방사우 이야길 늘어놓는 이유는 내가 올해 5월부터 서예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차 벗 그리고 요가 도반으로 차를 마시고 요가를 하면서 뵙던 지인의 전시를 접한 작년 연말, 비슷한 시기 평창동 보현재에서 한 달 한번 서예가의 고택에서 요가를 하기 시작하면서 손 끝이 간질간질 뭔가 자꾸 쓰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다. 그러던 차에 좋은 기회, 좋은 인연이 닿아 정말 멋진 스승을 만나게 되고 글씨 쓰는 것 외에, 너무 많은 삶의 지혜를 배우는 요즘이다. 그러다 보니 한창 요즘이 문방사우를 사모으고 먹을 가는 재미를 느낄 시절이다. 글씨를 쓰는 건 명상과도, 요가와도 비슷해서 호흡을 참거나 무시하고 조급하게 서두를수록 곧게 그어낼 수 없다. 호흡과 리듬을 맞춰 천천히, 파트너와 춤을 추듯 하나-둘-셋 여유를 두고 움직여줘야 한다. 손목이나 손끄트머리를 깔짝 대는 것이 아니라 팔꿈치를 몸에서 떼어놓고 최대한 큰 궤적으로 크게 크게 움직여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먹을 갈고 글씨를 쓰는 동안에는 아무 잡념 없이 몇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내가 요새 시간을 흘려보내는 방식을 보고 있자면, 나는 2023년이 아니라 조선시대에 태어났어야 하지 않나. 생각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