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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Jul 13. 2023

가장 완벽한 몸의 조건

건강한 육체 vs 건강한 정신

 

 올해 초 넷플릭스를 뜨겁게 달군 오리지널 기획, 피지컬 100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뒤늦게 보기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몰입도는 어마어마했다. 프로그램 소개를 찾아보니 '가장 완벽한 신체 능력을 갖춘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의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는 100인이 모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100인을 세팅하고, 서바이벌로 계속 매치와 탈락을 반복하는 구조로, 첫 화를 보고 난 느낌은 건강한 사람들이 몸으로 맞붙는 버전의 오징어게임, 그게 다였다. 구성 때문이었는지 오징어게임의 흥행 분위기를 등에 업고 가려는 아류작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회를 거듭할수록 각 캐릭터에서 다양한 깨달음이 있었던 것이 재미있었다.


 그중 가장 주목했던 캐릭터는 '아저씨 추성훈'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드리스엘바, 데이비드 간디, 추성훈 같은 이상형 라인업을 가지고 있어서만은 아니고) 사실 초반 인지도와 흥미 유도를 위해 꼭 필요했던 사람이었을 것이고, 젊고 건장한 참가자들에 비해 그의 나이가 꽤 많았기 때문에 그의 탈락이 어떻게 보일지 시작부터 걱정되었다.



#1. 모든 순간 '진심'인 아저씨


 그가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건 아니다. 매달리기 첫 미션은 탈락만 면할 정도로 소화하고 떨어졌다. 다음 미션, 3분을 버텨 공을 가져와야 하는 1:1 매치에서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구성안에 세팅되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UFC 후배가 정식 룰로 대결하기를 청하고 그는 받아들인다.

영상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3c3h4GRm57


 그는 이 대결 내내 '진심'을 다했다.



 넘어지는 후배를 공격하기보단 손을 내밀어 일으키고 정정당당하게 임했다. 마지막에는 승부에서 진 후배의 손을 들어주며 포옹하며 끝냈다. 이기기 위해 시간을 때우거나 빈틈을 노리는 방식의 전술을 구사하던 다른 매치와는 달리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우아한 경기였다.



#2. 노련한 판단력과 리더십


 한번 탈락자를 크게 거르고 난 후 피지컬 100은 팀워크 대전을 기획했다. 리더 몇 명이 자신의 팀을 꾸려 다음 미션을 해결하는 것이었는데, 윤성빈이라는 명확하게 '힘'을 상징하는 강한 상대가 있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다양한 강점을 가진 팀을 꾸리는 노련함을 보였다. 미션이 공개되기 전에 이미 회의 시간에 어떤 경기인지까지 예상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경기 내내 최적의 작전을 꾸리고, 팀원의 실수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멋짐은 포기하고 안정적으로 아기처럼 기어 넘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배를 옮기는 미션에서 역시 조급하게 흩어져 움직이던 팀원을 불러 세워 잠시 침착하게 하자는 '정신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며 모두를 아우르는 모습을 보인다. 위기의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성공해내고 나서 하는 인터뷰에서는 모든 순간을 함께 잘 즐겼다는 얘길 한다. 그는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



#3. 끝인 걸 알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섹시야마


 큰 돌덩이를 언덕으로 굴려 내려오고 다시 그걸 반복하는 시지프스 미션에서 그는 그의 나이와 체력이 따라주지 않음을 직감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중한 인사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후회 없이 제대로 했기에 만족한다는 말하는 그의 표정은 정말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 순간 보인 것은 여전히 건장한 피지컬도, 평소 그가 정성 들여 가꾸는 태닝 피부도 아닌 그의 품격이었다. (*섹시야마는 UFC 때 얻은 별명인데 섹시 + 그의 일본이름 야키아마의 합성어다. 자기 스스로 SNS에서 섹시야마라고 부르는 일이 종종 있고, '아저씨 무시하지 마'와 함께 유머 포인트이기도 하다.)




"A sound mind in a sound body."

 

고대 로마 시의 구절이 스포츠브랜드 슬로건으로까지 전해져 오는, 우리에게 한글로도 익숙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의미로, 육체가 선행되어야 정신이 따라온다라고 간편하게 번역한 부분이 와전되고 그것은 긴 세월에 걸쳐 오해가 되었다.

 원문에서는

orandum est ut sit mens sana in corpore sano.
fortem posce animum mortis terrore carentem,
qui spatium vitae extremum inter munera ponat
naturae, qui ferre queat quoscumque labores,
nesciat irasci, cupiat nihil et potiores
Herculis aerumnas credat saevosque labores
et venere et cenis et pluma Sardanapalli.
monstro quod ipse tibi possis dare; semita certe
tranquillae per virtutem patet unica vitae.


You should pray for a healthy mind in a healthy body.
Ask for a stout heart that has no fear of death,
and deems the length of days the least of Nature's gifts
that can endure any toil,
that knows neither wrath nor desire and thinks
the woes and arduous labors of Hercules better than
the loves and banquets and downy cushions of Sandanapalus.
What I commend to you, you can give to yourself;
For assuredly, the only road to a life of peace is virtue.


—Roman poet Juvenal (10.356-64)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마음을 달라고,
그리고 하루의 길이를 자연의 선물 중에서 가장 작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어떤 수고도 참을 수 있는,
진노도 욕심도 모르고 생각하는
헤라클레스의 고뇌와 고된 노동이
Sardanapalus의 사랑과 연회
당신에게 추천하는 것을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 줄 수 있습니다.
확실히 평화로운 삶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미덕입니다.

—로마 시인 쥬베날(10.356-64)


원문 앞뒤를 이어 읽어보면 "건전한 몸에만 몰두하지 말고 건전한 정신을 추구해야 한다."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어린 시절부터 유도를 하고, 격투기 선수 생활을 지나 지금은 그 멋진 피지컬에 슈트를 챙겨 입고 금통 시계와 다이아 팔찌를 차고 태닝을 열심히 하는 섹시야마 아저씨가 되었지만, 그런 그의 과한 치장에도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 건 그의 몸에 깃든 '정신' 때문이라고 믿는다.(조셉이 시계를 따라 살게 아니고 이 포인트를 알아야 할 텐데)


몸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결국 몸은 정신이 원하는 걸 실현해 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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