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엄마라서 미안한 밤
이상하게 이번 달 생리는 허리가 오래 아프다.
진통제를 먹으면 되는 것을
아프다고 아프다고 말하면서도 끝내 먹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뒤섞인 여러 감정들로 혼란스럽고
이말 저말 오고 간 것이 귓가에 맴돈다.
몸이 고된 줄 모르고 맘이 지친 줄 모르고
내내 밖으로 밖으로 나를 끄집어내어 소모시켰던
지난날로 인해 버거운 종일이었다.
인상을 팍 쓰고 노려보며
엄마 5분도 쉬게 못해주냐? 쏘아붙인 내가
종일 자꾸 떠올라 괴로웁다.
그새 잊은 너는 엄마가 놀아주니 좋다며
머리를 어깨에 비비고 시키지도 않은 뽀뽀를 선물한다.
사실 그 말은 너에게 할 말이 아니었는데.
남편에게 했어야 했는데.
아니. 내가 다른 것을 포기하고 확보해야 했던 건데.
내 불찰로 빚어진 것을
너에게
그대로 예쁘게 빛나는 너에게
그러고 말았다.
아주 중요하다.
수면. 식사. 운동. 그리고 개인 시간
머리로는 알지만 사실 쉽지가 않다.
소리를 지르고 나서
안경을 벗고 눈을 감고 두 손으로 비벼댄다.
지긋지긋할 때면 나오는 습관이 나왔다.
오늘은 거슬리는 행동,
여태 그냥 묵인하고 넘어갔던 행동을
콕 집어서 가르쳤다.
모르는 걸 알려준다는 명목 하에
아주 불친절하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몹시 맘에 들지 않는 나이고, 또 그런 날이다.
유난히 비염환자처럼 코를 훌쩍거리고
그러면서 눈도 찡그리고,
밥도 잘 먹지 않고 안 씹어진다며 뱉는다.
설탕 묻힌 딸기마저도.
이상하리만치 칭얼칭얼 대는 너를 보자니
어디 아픈 게 아닐까,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걸까, 불안함이 커지고.
페이스북이 3년 전 오늘이라며 친절하게
괴로운 시절의 비공개 글을 알려줬는데
그 글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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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정이든 실수든 부족함이든 뭐든 간에
내 존재 자체로 인해
은설이한테 폐가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
순식간에 커졌다.
은설이를 잃게 될까 봐
모든 것이 무너지고 사라져 버릴까 봐
그렇게 홀로 남겨질까 봐.
오늘 유난히 안 먹고
설사를 하고
조금은 쳐져 보였던 은설이의 하루를
재우면서 돌이켜보니
내가 또 뭔가를 놓치고 있었나
나 때문에 큰일이 나면 어쩌나
하다가 은설이를 잃게 되는 일까지 머릿속에서
차곡차곡 쌓여갔다.
혼자 있는 것이 두렵다.
이렇게 생각이 흐르는 대로 흐르고
오빠가 올 때까지 어둠 속에서 견뎌야 하는 게
이러다 진짜로 은설이를 곁에 두고 볼 수 없게 될까 봐.
이런 게 바로 우울증이라는 건가 보다. 실감한다.
약을 줄이려고 했다가 다시 늘렸는데
이전과 달리 심장도 요동치고
떠오르는 생각들은 검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두렵다.
모든 것이 무너질까 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까 봐.
모든 것이 망가져버릴까 봐.
무섭다.
밤이 오는 것이.
내가 네 곁에 있는 것이.
이대로 시간이 흐르는 것이.
이렇게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
도망가고 싶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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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쩜 이리 같은지 놀랍지도 않다.
변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은 느낌에
사람 쉬이 변하지 않지, 싶다.
씁쓸하다.
잘해보려고
하지도 않던 아침식사로 계란말이도 준비했는데.
뭔가 계속 삐걱거리는 요즘이다.
침대에서 쉴래? 물어보니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함께 침대에 누웠고 은설이는 이내 잠이 들었다.
애착 이불로는 부족했는지 엎드린 내 팔을 붙잡고.
쓰다듬으며, 미안. 미안.
아픈 거 아니고 고단해서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소리치며 화내서 미안하다고,
아까 했던 사과를 또 하고 또 하며 쓰다듬는다.
저녁 8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잠들다니.
오늘은 너도 나도 피곤했나 보다.
서로 힘들었나 보다.
엄마가 미안.
엄마 스스로 잘 챙겨서 너도 잘 돌볼게.
화내는 날 밤은 결국 눈물이다.
그래도 괜찮다.
3년 전보다는 두려움이 작아졌다.
도망치고 싶지 않고
조금 더 노력해보고 싶어 졌다.
조금씩 나아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