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나와의 독대

by 정담훈

✒️ 정담훈 (Jung Dam-Hoon)


10화. 거울 속 나와의 독대

화장실 거울 앞에 선다.

물을 틀고 손을 씻으며 흘깃

그 눈길은 결국 나를 향한다.


누구도 보지 않지만,

이 공간만큼 나를 적나라하게 비추는 곳도 없다.

거울은 말이 없지만,

오늘 하루의 마음을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증인이다.


눈 밑은 조금 푸르르고,

입꼬리는 평소보다 처졌다.

머리카락은 한 올씩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고개를 든다.

그 모든 표정과 주름과 기색들이

‘오늘의 나’를 설명하고 있다.


문득 생각한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지만 그 ‘괜찮음’은 기준이 없다.

남보다 낫다는 건지,

어제보다 나아졌다는 건지,

아니면 그냥 더 망가지지 않았다는 건지.

애매한 위로가 뺨에 묻은 치약처럼 붙어있다.

집에선 더 솔직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전신거울 앞에 선다.

배에 힘을 줬다 풀었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균형을 본다.

근육에 힘을 준다.

팔뚝을 굽히고, 어깨를 틀고,

혼자만의 근육 자랑을 한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자기 최면은 희망이라기보단,

애정 어린 장난일지도 모른다.

남자든 여자든, 그 앞에선 똑같다.


가슴도 만져보고,

아랫도리도 슬쩍 쥐어본다.

툭, 눌러보고, 쥐어보고,


“이 정도면... 살아 있네.”


비루한 위로 같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를 응원하는 진심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면서

어느새 자세를 잡고,

한쪽 다리를 살짝 들어

좀 더 날씬해 보이려 애쓴다.

그건 ‘이대로의 나’를 견디기 위한

작은 의식이자,

나에게만 허락된 사적인 연극이었다.


그리고 다짐한다.

“내일부터는 진짜로 바꿔보자.”


말은 언제나 진심인데,

몸은 매번 의지를 고소한다.


그날 밤,

치킨과 맥주가 탁자 위에 놓인다.


“오늘도 고생했잖아.”


그 한마디에

모든 각오가 맥주 거품처럼 사라진다.


그러다 다시, 거울 앞에 선다.


“진짜 이번엔 다르다.”


욕하면서도 또 화장을 하고,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 예의를 차린다.


우리는 매일,

포기와 기대 사이에서

체중보다 마음의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현대인의 피로는

남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경쟁보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야 한다는 막연한 강박에서 온다.


그래서 샤워기가 삶을 대신해 준다.

찬물은 현실을 깨우고,

따뜻한 물은 마음을 녹인다.

우리는 결국, 그 물줄기 아래에서

하루를 씻고, 내일을 상상하며 다시 살아간다.


거울 속 그 사람은 묻는다.

“너, 오늘도 괜찮았어?”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선택한다.

운동이 아니라,

다이어트가 아니라,


내 몸과... 헤어질 결심...


에라 모르겠다~

그냥 생긴 대로 살자.


하지만 그 결심조차,

내일 거울 앞에서 다시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인간이다.


거울은 나를 닮았지만,

나를 이해하진 못한다.

그건 내가 해야 할 몫이다.


그러니까 내일도 나는,

다시 거울 앞에 선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기 위해.


✒️ 정담훈 (Jung Da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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