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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Sep 04. 2020

크래페 머신기 소생기

망가진 기물의 보수과정



 웨스턴 조식에 필수라고 할 수 있는 팬케이크,  크레페 등을 만들 수 있는 기구이다. 다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기기 특성상 다른 조리를 하면 기름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대참사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가능하면 본 용도로만 사용하게 된다. 사용 방법도 간단하여 1-5 사이의 다이얼을 돌려 코팅이 된 철판을 달구고 거기 위에서 반죽을 올려 조리를 하면 된다. 사용이 매우 쉬운 기물이다. 문제는 관리가 안 되었을 때이다.


'도대체 어떻게 사용을 했나?' 궁금할 정도의 의문이 드는 상태인 크레페 머신.


 사진 표면의 울퉁불퉁함은 크레페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버터 등의 유지방이 표면에 유막을 불규칙하고 매우 두껍게 형성되어 도저히 음식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된 것이다. 저 상황에서 조리를 하면 검은 막이 크레페 등에 달라붙어 컴플레인을 야기한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매우 간단하다. 우선 스페츌러나 뒤집게 같은 기물로 기존의 지저분한 코팅된 부분을 모조리 벗긴다. 그렇게 열심히 벗기다 보면 검은색의 코팅은 다 벗겨지고 그 아래 부분의 은색 금속이 나오기 시작한다. 보통 이 상황에 가면 ‘내가 이 기계를 고장 낸 게 아닌가?’라는 의문에 겁을 먹는다. 겁먹지 말고 있는 힘을 다해 더 벗긴다. 내부 강제가 강철이 되었던 다른 합금으로 되었던간에 겨우 스페츌러 등으로 그렇게 깊게 벗겨지지 않는다.(만일 본인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미안하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직원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냥 벗기고 또 벗긴다. 겁먹으면 안 된다. 당신의 힘으로 저 철판에 큰 상처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지저분한 기름 유막이  벗겨지면 은색 부분이 보이며 울퉁불퉁한 부분이 전부 사라져 평평한 바닥이 나온다. 여기에서 연기가 살짝 올라올 듯한(보통 3-4) 온도로 예열을   식용유를 뿌려 유막을 생성시키면 된다. 3-4 작업을 마치면 사진과 같은 검정색의 얇은 막이 바닥을 덮으며 코팅제 역할을 한다.


일차적으로 코팅 작업이 끝난 크레페머신. 겉으로 보기에도 깔끔해졌다.


사진상으로 유막이 고루 입혀지지는 않았지만 사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고, 크레페 머신에 사용하는 음식 특성상 며칠 이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유막이 전면으로 퍼진다. 일반 코팅팬도 이런 식으로 소생 가능할까? 가능하다 그런데 일반 코팅팬을 이렇게 해서 살릴 바에 돈 주고 새 걸 사고 만다. 위의 과정은 사진으로만 보면 우습겠지만 1시간 이상의 시간을 요한다. 하다 보면 땀이 날정도로 힘들다. 만일 이런 식으로 팬을 사용하고 싶으면 강철(carbon steel)로 만든 코팅이 없는 팬을 구매해서 직접 유막을 입혀주면 된다. 쉽게 생각하면 중식의 웍이 그러하다. 알아두어야 할 점은 중식웍도 처음에 들어오면 색이 검정색이 아니다. 단지 사용하다 보니 사진과 같은 유막이 생성되어 검은색으로 변할 뿐이다.


 사진의 크레페 머신은 업장 검열을 갔다가 발견한 기물이다. 바로 옆에는 'AS 요청 대기 중'이라는 단어를 써붙인 상태였다. 저 제품을 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상황에서 컴플레인이 안 난 게 신기할 정도였다. 소중한 기물을 너무 막 다루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 못하였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이야기해보았다



나: 저 기물 혹시 열이 안 올라오는 상태니?

직원: 아니요 열은 올라오는데 코팅이 이상하게 다 일어났습니다!

나: 그럼 고장 난 게 아니야. 충분히 살릴 수 있어

직원:  아! 그렇지 않아도 코팅업체에 맡기려고 했어요

나: 아니.............그게 아니라...........(휴우)




너무 생각지도 못한 답변을 하였고 너무 답답하였다.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질려는 것을 참고 최대한 차분하게 방법을 설명해 주었고 개선 사진을 찍어보내라고 하였다. 굳이 하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다음날 정말 만족스럽게 소생시켜 놓고 사진을 보내었다. 의지만 있다면 그만큼 난이도 자체는 쉽다는 이야기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다.

소생이 끝난 크레페 머신. 형광등 불빛에 반사될 정도로 코팅이 입혀졌다. 코팅이 전체적으로 퍼지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사용 하는데 문제 없다.



 맡겨서 코팅을 다시 하는 것은 자유지만 어차피 몇 달 지나면 다시 동일한 문제는 반복된다.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지 코팅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유막이 이쁘게 잘 펴졌지만 생각 없이 사용하면 그 유막은 층이 되어 첫 번째 사진과 동일한 현상이 일어난다. 중간중간 돌출된 유막을 제거하면서 세심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모든 기물이 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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